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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Sep 17. 2021

회전문에 낀 사람

뮤지컬을 덕질한다는 것은?


회전문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람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엔 하나의 극을 여러 번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회전문을 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회전문을 도는 사람이 나다. 내가 회전문을 돌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회전문을 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다들 나와 비슷한듯하다.


그런데 원체 성격 자체가 하나에 빠지다 보면 끝장을 볼 때까지 가기 때문에, 지금까지 덕질을 하던 것 중에 가장 경제적 손실이 크다…


첫 번째 회전극의 경우엔 이래저래 그저 재밌었고, 극장이 꽤 떨어져 있던 편이라 적당히 걱정 고민 없이 그저 빠져들었다. 게다가 유머와 애드리브가 있는 극이어서 매번 볼 때마다 새로웠다. 사실, 극도 극이지만 배우에 빠진다면 그저 그 배우만 봐도 즐겁다. 사실 돈을 쓰면서 하는 일에 즐겁지 않은 건 거의 없지 않은가?


두 번째로 맞이하는 회전극… 글의 목록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하듯 하데스 타운이다. 개막 연기와 티켓을 취소 재예매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내 심정은 홈쇼핑 마감 멘트를 듣는 고객과 같아졌다. 틈틈이 표를 구하고, 좋은 자리를 구하기 위한 임시표라며 일단 구해놓았다. 게다가 첫 공연을 본 다음엔 더욱더 광기에 사로잡혔으며, 극장의 접근성도 좋아 못 갈 이유가 없었다.


또, 커뮤니티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칭찬글이 하나 둘 올라오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초연이기에 다들 이 극이 어떤지 모를 땐 도박과도 같은 티켓팅이었는데, 이제 극이 올라오고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 티켓팅이 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악순환으로 잡아놨던 임시표를 더 놓지 못했다. 신기한 건지, 그저 들인 시간에 비례한 결과인지 표는 정말 잘 구해졌다.


그리고 관극과 관극 사이에 나는 시간을 버리기 시작했는데, 캐럴라인 냅의 책에서 본 ‘고기능 알코올 의존증’에서 말을 빌려와 ‘고기능 공연 의존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기능 알코올 의존증은 저녁에 술을 조금씩 마시고, 낮에는 그 시간만을 위해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양이 늘게 되고 술 없인 잠을 못 자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덕질을 되돌아보면, 막으면 막을수록 부작용이 생기고 그저 ‘적당히’의 정도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며, 탈이 안 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이 에너지를 조금 더 생산적이게 글로 나누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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