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칙칙폭폭 Sep 24. 2021

그 뮤지컬을 또 본다고?

저도 한 번 본 건 지겨워서 못 보는 편입니다만

주위에 연극/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관극하는 것(회전문을 도는 것)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저도 한번 본 건 지겨워서 못 보는 편입니다만


같은 작품을 왜 여러 번 보는 거냐고 의아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영화라면, 극장에 가거나 소장해놓고 여러 번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경우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에다가 관극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납득이 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전문을 도는 이유는 책이나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이유와도 비슷할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듯한데, 컨텐츠가 주는 메시지가 좋거나 그것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경우는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있다면 더욱 납득이 간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다시 보는 과정에서 같은 작품임에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처음과는 다른 느낌 혹은 장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라이브로 매번 생 연기가 진행되는 무대는 거기다 여러 번 볼 이유가 몇 가지는 더 추가된다. 대다수 팬들이 회전문을 돌게 되는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거나, 좋아하는 넘버가 있는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를 제하고 뮤지컬 회전문을 돌면 좋은 점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먼저, 필자도 앞서 적어놓은 것처럼 이미 줄거리와 결말을 다 아는 컨텐츠들을 다시 보는 경우는 잘 없다. 집중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생겨서 회전문을 경험한 뒤로 뮤지컬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단 생각이 들면서 다른 작품들도 회전문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뮤지컬일 경우, 오히려 처음이라 제대로 극을 느끼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되었다. 회전문도 처음의 허들이 높고 어려울 뿐인 듯하다.


시청각 스펙터클의 연속


그렇다, 뮤지컬에선 춤과 노래 연기 그리고 무대 연출이 한데 섞여 줄거리를 진행해나간다. 내용은 둘째치고 춤추고 노래하고 여럿이  무대 안에서 여러 동선으로 배우들이 움직이는 만큼 시각과 청각 스펙터클의 연속이 펼쳐진다.


이 많은 정보 값을 한 번의 관극으로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의 경우, 아마 모든 이들이 그렇듯 처음은 주로 이야기를 파악하려는데 에너지를 많이 쓴다. 그런데도 멜로디로 혹은 가창력으로 귀를 사로잡아버리는 넘버나 화려한 무대 장치를 보면 그 충격으로 몇 가지 줄거리를 따라가는 정보들을 놓치게 된다. 정확힌  들었지만 잘 기억나지 않다가 집에 가는 길에 곰곰이, 정말 처음부터 극을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떠오르고 생각보다 낯선 장르와 주제의 경우 줄거리 파악에도 큰 영향을 미친 적도 있었다.(이전 고드윅에 대한 글에도 적은 바 있는데 예를 들어, 헤드윅에서 이츠학의 존재가 그랬다.)


그리고 뮤지컬의 가장 큰 변수는 이 장면들이 좌석에 따라서 꽤나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단지, 앞자리의 관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리에 따라 다른 배우들로 인해 가려지는 씬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먼 거리로 인해 배우의 표정연기가 아주 안 보일 수 있거나 너무 가까운 거리로 인해 전체적인 군무나 무대 진행상황이 전체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한 번의 관극으론 이 두 가지 토끼를 도저히 잡을 수 없다.


실제로 한 극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볼 때 넘버가 귀에 익고 배우의 등장과 동선, 줄거리들이 어느 정도 파악되자, 새로운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여러 인물의 동선이 갈라지는 경우, 각 인물들은 넓은 무대 안에서 각자의 연기를 하기에 캐릭터와 극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실제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이 특징을 더 극단적으로 이용한 극이 있다. 미국에 여행 갔을 때,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이란 작품을 추천받아 본 적이 있다. 건물 하나가 극장이 되고, 배우들은 각 층을 누비며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작가 선택한 배우를 따라가며 관극을 하다가 마지막에 모이게 된다. 심지어 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낙오 같은 이벤트에 당첨되는 관객들도 있긴 했다.(물론 이들에게 엄청 불이익의 경험이 되진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다.)


이 극의 장점은 배우의 연기를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배우가 자신만을 위한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를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라 하는데, 극에 적극적 참여가 가능하지만 자신이 따라가는 배우의 역할에 따라 큰 줄거리의 흐름을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Sleep no more의 공식 홈페이지 캡쳐, 뒤에 희미하게 흰색 가면을 쓴 사람이 관객들이다.


이러한 점은 영화와는 매우 다른 매체적 성격이 드러나는데, 영화관의 맨 끝에 앉더라도 1열에서 보이는 배우의 표정연기가 안 보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의 경우가 한 번의 관극으로 뮤지컬보다는 감독과 연출의 의도대로 따라갈 확률이 높은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전문에 낀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