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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Oct 18. 2021

친구가 뮤지컬 덕후가 된다면?

좋은 자리 표를 구해버렸는데… 같이 갈래?

먼저, 친구가 뮤지컬 덕후가 된 것은 아니라고 밝힌다. 친구의 입장에서 내가 뮤지컬 덕후가 된 것에 대한 반응을 적어보려고 한다.


다들 의아해했다. 마지막 덕질은 외국의 연세가 많은 아이돌 그룹이었다. 그 전은 힙합가수. 그런데 이젠 뮤지컬 배우라니. 내가 봐도 취향이 통통 튀어도 너무 튄다. 그렇지만 그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었으므로 내 취향은 소나무로 인정받았다.


‘이 친구(나)가 뮤지컬 배우를 덕질하더니 티켓팅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티켓팅에 참여해도 티켓을 한 장도 못 건지던 애가 조승우의 헤드윅을 1층 오른쪽 통로석을 예매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의 OP석(무대와 제일 가까운 좌석)을 몇 번 씩이나 다녀오기도 하고, 못 구할 표가 없는 것 같다. ‘(이상 내가 예상하는 친구들의 생각)


뮤지컬 배우 중에도 브라운관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뮤지컬 배우로서만 활동하는 경우도 있고 공중파를 타더라도 ‘연예인’이라기보다 ‘뮤지컬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그만큼의 정보는 공개되어있지 않은 위치로 있다. 업계에서 꽤나 알아주는 사람이더라도 대중적으로는 유명하지 않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서술할 때,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그런 편이다. 그렇기에 친구들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 ‘얼마나 노래를 잘하길래/ 매력이 있길래’라는 반응이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답답할 노릇이었다. 보여주고 싶은데, 뮤지컬 장면을 보여줄 자료가 없으니. 있어도 사실 극장에서 보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소극장 공연이었다면 보여주거나 권유도 쉬웠을 텐데, 대극장은 표값이 만만치 않다 보니 쉬이 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뮤지컬을 즐기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더더욱 그 장르의 벽이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또, 구하기 어려운 페어(캐스팅 조합)의 표를, 그것도 명당석을 또 한 장 구해버린 것이다. 내 손으로 절대 취소할 수 없을 것 같은 자리였다. 다른 날짜로 이 자리를 구했으면 무조건 갈 자리였다. 친구에게 묻는 것보다 취소가 더 힘들 것 같아 어렵사리 물어보았고, 그 표는 취소하지 않아도 되었다.


매번 혼자 보다가 다른 사람과는 처음 보러 가는

거였다. 내가 공연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떨렸다. 모든 배우의 목소리를, 연기를, 노래를 걱정했다. ‘이 친구에게 좋은 뮤지컬이 되었으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멋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에 모든 걸 잊고 온전히 극에 빠질 수 없었다. 마이크 소리가 조금 뒤에 나는 작은 사고가 있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 내 최애 배우는 역대급 연기를 선보였다. 나는 그 친구의 감상이 너무나도 궁금하고 중요했다. 집 가는 방향이 달라 뮤지컬이 끝나고 감상에 대한 폭풍 질문을 하고 최애 배우에 대한 갖은 주접을 속사포처럼 풀어냈다.


다행히 뮤지컬은 친구의 마음에 들었던 듯하다. 집에 돌아오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극을 보는 내내 마음 쏟던 것, 그 친구도 오랜만에 뮤지컬이 보고 싶었을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보여주는 관심이, 오늘의 공연으로 우리의 관계가 확인되는 것 같아서 이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고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던 무대 위의 눈을 보았는데, 다른 것에 더 여운이 남는다. 최애 배우의 뮤지컬..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예찬론을 쓴다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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