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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Nov 25. 2021

‘관크’를 아십니까?

저는 오늘 당했습니다

‘관크’


관객+크리티컬이 합쳐진 형태이며,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얼마 전 뮤지컬을 보러 다녀왔을 때, 뒷자리의 남자 2명이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한 명은 뮤덕인 듯하였고, 다른 한 명은 이제 그 뮤덕을 따라 여러 극을 보러 다니는 사람인 듯하였다.


“겉옷 벗을 거야? 벗을 거면 지금 빨리 벗어! 극 중에 더워져도 이따가 시작하고 벗으면 안 돼!”


“아 왜~ 자꾸 닦달이야! 아 쫌!”


“너 망신당할까 봐 그러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럼 그럼~’ 싶었다. 나도 간혹 가다 내 뒷모습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보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다고?) 갑자기 목과 어깨에 담이 올 정도로 자세가 굳어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뮤덕들에겐 갖춰야 할 매너로 자리 잡혀있다. 죽은 듯 움직임 없이 보는 것에 대해 ‘시체 관극’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뮤지컬이 덕후들만의 전유물도 아닐뿐더러   많이 대중화되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엄연히 우리나라 문화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매너에 다소 낯선(매우 기본적 에티켓이라고 생각되지만) 사람들도 공연장에서 간혹 보이는 듯하다.


오늘 당한 것은, 중년의 남녀였는데 어떤 사이인지 몰라도 남자는 공연에 대해  아는 듯했고 공연 전부터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브로드웨이, 한국 뮤지컬계까지   없이 말했다. ‘어지간히 아는 체하고 싶은 상황인가 보다생각하며 그래도 시작하면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인터미션 후였다. 내가 보러 간 극은 연주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하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시작이 모호한 편이다. 그래서 시작하기 바로 전에 스태프들이 그 점을 다시 한번 고지한다. 그러나 이 아는 체 남자는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서 말을 들은 후에야 멈춘 듯했다.


사실 이걸로도 ‘오늘 관크 굉장했다!’ 고 생각 드는데 소소히 오른쪽 대각선 앞자리에 중년의 아저씨가 핸드폰을 안 꺼두었는지 불빛 알람이 아주 반짝반짝거리기도 하고, 내 앞자리 여자가 등받이에 등을 붙이지 않고 조금 튀어나와 시야를 방해받았다.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은 그 배우, 저도 보고 싶거든요?’


난 여러 차례 회전이기도 하고, 다행히 그 사람 머리 근처로 내가 보고자 하던 배우가 잘 가지 않아서 등을 등받이로 끌어내리려던 걸 참았다.


보통은 이렇게 방해받는 경우인데, 한 번은 내 앞사람이 등을 뗀 채로 엄청 수그려서 봐서 오히려 잘 보인적도 있었다. 엄청 수그린 게 혹시 알만한 뮤 덕인 걸지…? 아무리 가까이 보고 싶다지만… 그 자세로 극 내내 보면 삭신이 너무 쑤실 것 같은데…


아무튼… 공연장에서의 매너를 잘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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