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당했습니다
‘관크’
관객+크리티컬이 합쳐진 형태이며,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얼마 전 뮤지컬을 보러 다녀왔을 때, 뒷자리의 남자 2명이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한 명은 뮤덕인 듯하였고, 다른 한 명은 이제 그 뮤덕을 따라 여러 극을 보러 다니는 사람인 듯하였다.
“겉옷 벗을 거야? 벗을 거면 지금 빨리 벗어! 극 중에 더워져도 이따가 시작하고 벗으면 안 돼!”
“아 왜~ 자꾸 닦달이야! 아 쫌!”
“너 망신당할까 봐 그러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럼 그럼~’ 싶었다. 나도 간혹 가다 내 뒷모습을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보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다고?) 갑자기 목과 어깨에 담이 올 정도로 자세가 굳어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뮤덕들에겐 갖춰야 할 매너로 자리 잡혀있다. 죽은 듯 움직임 없이 보는 것에 대해 ‘시체 관극’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뮤지컬이 덕후들만의 전유물도 아닐뿐더러 많이 대중화되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엄연히 우리나라 문화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매너에 다소 낯선(매우 기본적 에티켓이라고 생각되지만) 사람들도 공연장에서 간혹 보이는 듯하다.
오늘 당한 것은, 중년의 남녀였는데 어떤 사이인지 몰라도 남자는 공연에 대해 잘 아는 듯했고 공연 전부터 온갖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브로드웨이, 한국 뮤지컬계까지 쉴 새 없이 말했다. ‘어지간히 아는 체하고 싶은 상황인가 보다’ 생각하며 그래도 시작하면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인터미션 후였다. 내가 보러 간 극은 연주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하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시작되는데 그 시작이 모호한 편이다. 그래서 시작하기 바로 전에 스태프들이 그 점을 다시 한번 고지한다. 그러나 이 아는 체 남자는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서 말을 들은 후에야 멈춘 듯했다.
사실 이걸로도 ‘오늘 관크 굉장했다!’ 고 생각 드는데 소소히 오른쪽 대각선 앞자리에 중년의 아저씨가 핸드폰을 안 꺼두었는지 불빛 알람이 아주 반짝반짝거리기도 하고, 내 앞자리 여자가 등받이에 등을 붙이지 않고 조금 튀어나와 시야를 방해받았다.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은 그 배우, 저도 보고 싶거든요?’
난 여러 차례 회전이기도 하고, 다행히 그 사람 머리 근처로 내가 보고자 하던 배우가 잘 가지 않아서 등을 등받이로 끌어내리려던 걸 참았다.
보통은 이렇게 방해받는 경우인데, 한 번은 내 앞사람이 등을 뗀 채로 엄청 수그려서 봐서 오히려 잘 보인적도 있었다. 엄청 수그린 게 혹시 알만한 뮤 덕인 걸지…? 아무리 가까이 보고 싶다지만… 그 자세로 극 내내 보면 삭신이 너무 쑤실 것 같은데…
아무튼… 공연장에서의 매너를 잘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