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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Sep 24. 2021

연극 <분장실 ver.2>를 보고

나라의 특수성과 감정의 보편성


<분장실 ver.2>를 보고 왔다. 연극 <분장실>은 일본 현대 연극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시미즈 쿠니오(清水邦夫)의 작품으로 연극계에서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또, 일본에서 가장 많이 상연된 극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연극/뮤지컬에 갓 입문한 내가 뭘 알겠나.. 그저 ‘배종옥’ 배우와 러시아 유명 극작가 ‘안톤 체홉’이라는 키워드가 <분장실 ver.2>에 앞서 올려졌던 <ver.1>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여자 넷이었던 배역이 이어서 남자 버전으로 공개된다기에 독특한 기획이라고 생각해서 흥미로웠다.


아는 게 없기에 안톤 체홉의 희곡집을 읽고 갔었다. 전혀 쓸모없던 건 아니지만, 모르더라도 그저 유명한 극 작품이고 그 극에 대한 배우들의 열망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극을 다 보고 나서 극에 대해 궁금했는데 프로그램북도 없는 듯하고 티켓 예매 시 나온 정보가 전부인 듯하여 구글링을 해보았다. 한국말로 된 연극의 ‘연’도 모르는 내가 시미즈 쿠니오와 일본 연극에 대해 깊이 찾을 순 없었지만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조금 나누어보려고 한다.


일본에서 분장실 남자 버전(2021)
2021년 4월 남자버전이 올라왔다.

2021년 4월에 일본에서 <분장실(가쿠야楽屋)>남자 버전(연출:니시모리 히데유키)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이전 작년 1, 2월에 올라온 극의 재연이었다고 한다. 모두 남자 캐스팅이라는 점에 강조점이 찍혔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상연된 극 중에 하나이며, 시대에 따라 각색이 다양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성별을 넘어 올라왔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구글링으로 검색한 tvlife 공식사이트의 기사내용

그리고 5월에 또 한 번 올라온 듯한데, 이를 자세히 다룬 기사를 조금 더 찾아보았다. ‘사토 아츠히로 버전도 상연 결정’이란 타이틀인데, 사토 아츠히로는 일본 아이돌 소속사로 유명한 쟈니즈 사무실 출신으로 본인이 연출하고 여배우 B역을 맡았다. 그리고 더 읽어보니 남성 4명이 “트랜스젠더로서” 마음이나 상태를 전면에 내놓는 작품이 완성되어간다고 하며 재연이긴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남자 배우들이 여장을 하고 있는 것을 통해 ‘트랜스젠더’로서의 내용을 상상해볼 뿐이다


이밖에도 한국에서 시미즈 쿠니오의 작품을 상연하며, 유명한 여배우 배종옥과 서이숙이 출연하며 후에 남자 버전도 상연한다는 내용의 기사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의 남자 버전에서도 연출이 나뉘었으며, 특히 시대별로 각색이 중시되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의 남자 버전에선 “트랜스젠더”라거나 “여장”의 키워드는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아츠히로 연출의 남자 버전에 대한 같은 기사에서 여배우 c를 맡은 이토우 유이치(伊藤裕一)도 마음은 여성이라는 역할이지만, 그다지 변형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여배우를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을 보면 내가 일본에서 상연한 극을 오해했나 싶기도 하다.


한국의 분장실 남자 버전!
관극한 캐스팅보드

일본 이야기는 각설하여도 좋다. 왜냐하면 연출과 각색으로 매우 새로운 극이 올라온 것이라고 추측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의 분장실 여자버전과 남자 버전의 연출과 각색이 각각 다르다. (여자버전의 연출은 신경수, 각색은 윤서현/ 남자 버전의 연출과 각색은 오세혁이다)


세월이 흘러 지나간 것은 머지않아 그립다(流れ去るものははやかでなつかしき)라는 부제와 같은 문구는 일본 포스터에도, 한국 포스터에도 적혀있는데 일본의 비애미가 묻어나는듯하다. 그러나 특히 남자 버전의 분장실은 우리에 맞게 각색된 것이 더욱 확연히 느껴졌다. 그래서 일본의 비애미라는 특수적 성격이라기보다 후회나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 희망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라는 보편적 감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유머 코드도 잘 맞았다. 캐릭터가 가진 사연으로 희비를 넘나드는데 그것에서 유려함도 느껴졌다.


극을 보기 전, 남자 버전이란 대체 뭘까 궁금했다. ‘같은 캐릭터를 단지 성별만 바꿔 연기한다는 걸까?’, ‘니나에 대한 갈망이 니나로 남을 것인가 뜨리고린이나 뜨레블레프로 바뀌는 것인가?’ 극을 비교해서 보실 분이라면 이 지점을 짚지 않고 넘어갈 순 없을 것이다.


남자 버전은 여자버전과 미묘하게 같으면서도 다르게 느껴졌는데, 같은 부분이 원작과의 교집합이며 이 극이 시대와 나라를 넘어 전해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아 선택한 극인데, 비교해서 생각하기엔 여자버전을 본지 좀 되었으며 한 번밖에 보지 않았기에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조금 남은 기억이나마 역시나 비교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연극에 대한 열정과 배역에 대한 갈망, 분장실을 단순히 극의 준비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연극에 대한 열정과 갈망을 극이 아닌 꿈 혹은 삶으로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는 A, B, C, D 그 누구에게라도 감정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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