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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Feb 05. 2022

불확실한 모든 것 중 확실한 단 하나

코로나와 뮤덕 일상의 상관관계

코로나로 모든 게 불확실한 시대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더라도 당장에 코로나 확진자 동선 또는 검사 알림 문자를 받을지 모른다. 코로나와 함께 해를 걸러 지내오며 이젠 어디서 걸렸는지 추적도 어려운 지경이라 어디선가 감염되어 모든 일상이 멈추기도 한다.


이런 코로나 상황에서도 추석이든, 설이든 일주일에 한 번은 배우를 보기 위해 뮤지컬을 보러 갔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불확실해도 나의 관극 일정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비단, 스케줄뿐 아니라 내 미래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석사 수료로 논문을 쓰고 있다고 말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에 유일하게 명확한 것. 답답한 일상 속에 유일한 낙이었던 것 같다. 이런 회상조의 어투는 배우가 확진되어 뮤지컬을 일주일 넘게 보러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일주일을 텀으로 뮤지컬을 보던 일상이 비정상이라고 한다면 비정상이었겠지만 그것이 일상이었던 때는 외려 보러 가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었다. 일을 하고, 저녁에 관극을 가는 일정은 정신적으로는 매우 건강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사실상 체력적으로는 고된 일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에는 없는 체력도 갈아 쓰는 성격이라 무리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녀오면 좋았고, 가지 않으면 힘들었다. 피곤함이야 현대인의 필수품이니 조금 피곤하나 많이 피곤하나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눈은 문제였다.


1부가 끝나기도 전에, 렌즈를 꼈지만 금방 눈이 안 보이게 되었다. 렌즈를 오래 착용하지 않아도 문제는 반복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배우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얼굴은 가까운 자리였음에도 흐려 보이지 않았다. 안과에 가니 렌즈 알레르기 같은 증세였고, 그 증상이 반복되면 콘택트 렌즈는 아예 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안경을 끼고 보러 다녀야 하나 생각하던 즈음에, 배우의 확진으로 관극이 취소되었다. 처음 배우의 확진 소식을 보았을 때, 그간 쌓아온 내적 친밀감으로 친족의 확진 소식을 들은 것처럼 걱정되었다. 관극을 가지 않는 시간은 놀라울 만큼 더디게 갔다. 달력을 보고 지나간 시간들을 보고 놀랐었는데 아직 이 날짜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예매 취소된 날짜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어?’, ‘두 번째 취소된 공연 날짜가 이제 지나가는구나’하는 식이었다.


사실 5개월 동안 같은 뮤지컬을 보면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서 장면들이 물 흐르듯 흘러갔던 것 같다. 이 휴식이 끝나면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겠지 싶어서 조금 기대가 된다. 오늘은 다른 캐스팅의 뮤지컬이라도 보러 갈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금 그립다. 쉬고 있는 지금도 그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글을 쓴다. 그동안을 돌아보고, 쓰지 못했던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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