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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03. 2021

유서깊은 역사를 짊어진 젊은 예술가

홍진호의 <첼로 탄츠> 공연 리뷰_20210721

공연이 보고 싶었다. 홍진호의 <첼로 탄츠>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유튜브 클립에서 책방 컨셉의 컨텐츠에서 연주를 한번 들어보았으나 연주자에 대해 잘 알진 못했다. 그러고 나서 찾아보니 ‘호피폴라’라는 밴드로 슈퍼밴드의 우승팀 일원이기도 했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하는 젊은 예술가 같아 궁금해졌다.


처음 듣는 곡에 스쳐 지나가지 않을까 싶어 미리 최근 나온 앨범을 들어보고 싶었으나, 내가 이용하는 음악 제공 서비스에선 지원되지 않아서 이전의 곡만 듣고 공연장을 찾게 되었다.


1부는 클래식스러웠고, 2부는 재즈 편곡인 듯했다.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내가 ‘볼 때’ 단순히 활로 켜는 부분보다 치고 뜯는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연주가 인상 깊었다. <첼로 탄츠>라는 제목에서 ‘탄츠(tanz)’는 ‘춤’이란 의미의 독일어였다. 이전에 보았던 더블베이스 공연에서 연주자가 마치 악기와 함께 춤을 추는 듯 보여 악기가 작지 않은 첼로 역시 그러한 의미일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무곡(舞曲)을 셋리스트로 작성하였기 때문이었다.


연주를 보는데 방해되는 요소가 있기도 했고, 처음 들어보는 곡에 다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공연이 무르익기 전의 도입부가 되는 셋리스트는 유명한 곡들로 맞춰 귀를 사로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떤 이유들로 이 곡들이 선택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런 궁금증에 맞춰 멘트 시간이 있었는데 연주자가 설명을 해주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셋리스트는 연주자가 고심 끝에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첼로곡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정한 테마이며,  이 선택으로 자신의 방향에 있어 대중적 요소를 간과할 순 없겠단 생각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젊은 예술가는 2부의 재즈 편곡으로 대중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려고 노력한 듯 보였다. 연주자는 이 기획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표현했는데 함께한 재즈 피아니스트 선생님께서 자유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것을 제시하였을 때 거부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클래식이나 동양화와 같이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장르들은 정통성을 담보한다. 그러나, 그 역사는 그들의 토대이자 버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젊은 예술가들은 유서 깊은 전통을 깊이 학습하며, 그 누구보다도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한 전통의 수호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젊음은 과거의 역사를 혁신해야 할 임무를 요구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북에 실린 지금까지 홍진호의 발자취와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는 그가 사랑하는 것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젊은 예술가로서의 고민과 노력을 여실히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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