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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칙칙폭폭 Aug 06. 2021

죽음? 심각할 거 없잖아! 난 죽은 지 98억 년이라고

뮤지컬 <비틀쥬스> 리뷰

뮤지컬 <비틀쥬스>, 개막일도 미뤄진 데다 어렵게 예매대기로 잡은 표 역시 재차 미뤄진 개막일에 취소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거리두기 격상으로 또, 티켓 취소 후 재예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오늘 볼 수 있었다!


이런 힘 빠지는 일에도 기대되었던 건 운 좋게 OP석, 저세상열 티켓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VIP석보다 만원이 저렴하다.. (가격이 비싼덴 다 이유가 있긴 있다) 그러나 1열에 앉아도 무대가 깊기에 잘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어쩌면 <그레이트 코멧>에서 특정 좌석 이름이 붙은 코멧석이 나에게 남긴 여운 때문일지도 모른다. (뻔한 얘기지만.. 취향에 따라 배우의 얼굴이 보고 싶다면 가까이 무대 전체가 보고 싶다면 멀리! 그러나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만약 구할 수 있다면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배우의 육성이 들린다!)


OP석 저세상열 53번 시야

극의 시작이 16살 리디아 어머니의 장례식장이라니! 유령신부가 떠오르며 시작부터 팀 버튼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처럼 극 내내 죽음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존재하며 마치 영화 보는 일처럼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죽음’을 부재의 이미지로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컨셉은 극 후반부에 멕시코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Day of the Dead)’축제를 연상시키는 무대와 의상 연출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비틀쥬스는 악마이면서도 이승과 저승, 중간에 끼인 존재로서 비춰지는 외로움과 엄마를 두려워하는 모습 등을 통해서 단순히 악한 면모만을 보이는 존재 인가 싶기도 했다. 또한, 중간중간 관객을 향한 유머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 유머들은 시기와 우리나라에 맞춰 잘 각색한 듯 보이는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관객들과 더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정해진 동선인지 모르겠으나, 내가 앉은 바로 정면의 자리에서 동의를 구하는 씬이 몇 번 있었다.)


‘비틀쥬스’뮤지컬에서 짚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은 바로 무대장치들과 화려한 연출들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이 크고 깊은 무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는, 다 사용할 수 있음에 ‘오히려 좋은’ 연출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OP석보다 VIP석이 만원 더 비싼 이유라고 생각한다.


극에서 다소 의아했던 존재는 걸스카웃 역할이었는데, 솔로 넘버가 존재할만큼 중요도가 있었으나 왜 그 아이가 존재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원작을 보지 못했기에 거기서 어떤 중요한 역할이었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죽은 지 98억 년이 된 비틀쥬스가 안내하는 저승길 가이드! ‘죽음~? 심각할 거 없잖아~’


20210728 커튼콜
비틀쥬스- 유준상
리디아- 장민제
바바라- 유리아
아담- 이창용
델리아- 전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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