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인물탐구 1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몇 회 보고 나니 토니강 외의 다른 배우들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 내가 탐구해보고 싶은 역할은 닥(Doc) 아저씨이다.
뮤지컬 속 닥(Doc)아저씨는 간판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토니의 첫 등장 씬으로, 토니가 아저씨 사업장의 간판을 고쳐주는 것으로 그 친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등장할 땐 황톳빛 셔츠, 카키색 조끼 거기에 완벽한 와이드 핏의 생지 청바지로, 내 마음속 웨사스 최고 패션을 입고 있다. 이 색 조합은 간판을 고쳐주던 토니의 패션 색 조합과 비슷하여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무도회장(?) 이외의 중립지대 같은 곳, 제트파와 샤크파의 만남과 협상이 이루어지는 곳도 닥 아저씨네 가게이다. 아저씨는 이 녀석들이(?) 원만하게 일을 해결했으면 하며 걱정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뮤지컬의 총분량으로 치면 그리 많지 않지만, 잠깐의 대사를 들은 것만으로도, ‘이 분 경력이 어마어마한 배우구나 ‘싶은 발성을 선보인다.
그리고 찾아보니 역시나 나만 몰랐던 유명한 분이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닥 아저씨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젠 영화의 닥 아저씨로 주제를 넘겨보려고 한다. 사실 202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는 닥 아저씨가 나오지 않는다. 대사로만 등장한다. 대신 닥 아저씨의 부인, 발렌티노가 나온다.
발렌티노는 뮤지컬의 닥 아저씨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등장한다. 그녀는 백인인 닥과 결혼한 푸에르토리코 여성으로, 이민자 외국인이면서 여성으로서의 시각과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발렌티노는 닥의 사업장은 캔디샵으로 변형해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사업장에 토니가 일하는 설정이다.
발렌티노는 영화 속에서 토니와 함께 인종차별의 중립지대(?)를 형성하는데, 제트파가 백인과 결혼한 그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닥과 발렌티노는 토니와 마리아의 선배(?)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설정이 발렌티노를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 더 나아가 이 공동체를 더욱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인물로 부각시킨다.
발렌티노 역의 리타 모레노는 1957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아니타 역할을 했다. 그녀의 아니타 역할은 많은 푸에르토리코 배우들의 귀감이 되었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에르토리코인이 푸에르토리코인의 역할을 함으로써 인종차별과 주류문화 속에서도 소수자로서 목소리를 냈던 중요한 인식 변화를 일궈낸 배우로, 그녀가 새로운 역할인 발렌티노로 영화에 등장하게 된 것도 큰 의미를 가진다.
이성 간의 사랑뿐 아니라 미움과 차별을 넘어선 공동체적 사랑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