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커튼콜데이 이모저모
표가 남아요
11월 중순에 시작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2월까지 진행되니 중반을 지나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볼 사람은 다 봐서? 16만원이라는 VIP석 가격 인상 때문인 것인지? 스토리 때문인지? 다른 뮤지컬 대작의 등장 때문인지? 회전문 비율이 저조한 듯 보인다.
최근에 등장한 마케팅으로는 VIP석을 제외한 등급의 자리를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할인해주는 것(멜론티켓) 그리고 칼을 빼 든 것이 ‘커튼콜데이’ 인 듯하다.
나의 상식선에선, 커튼콜데이는 티켓팅 전에 공지한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커튼콜이 이루어지는 주의 티켓팅(3차) 일반예매 기준 11월 23일에 진행하고, 커튼콜데이 이벤트를 12월 26일에 발표했다. 당연히 발표가 이루어진 날 그 주의 표는 싹쓸이. 커튼콜데이에 해당하는 주에 다행히도 1열 표를 한 장 가지고 있어 망정이었지, 만약 내가 표가 없었다면 노발대발 상식을 운운하며 게시글을 작성했을 것이다.
커튼콜데이 자리선정
짜디짠 영상기록의 기회가 생겼다. 고작 1번의 기회론 만족 할 수 없었던 나는, 그 뒤로 커튼콜 주의 표를 계속 주웠다. 많지 않은 기회로 최대한 앞에서 찍고 싶었다. DSLR을 빌려서 찍으면 좋겠지만, 익숙지도 않기에 위험을 떠안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룰 수 있는 장비는 오직 아이폰 14프로. 자리를 앞으로 당기는 수밖에 없었고. 영상에 눈이 먼 나는 꽤 큰 금액의 취소 수수료를 내고라도 자리를 당겼다.
그러던 중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공연장 근방에서 2시 즈음 일정이 끝날 것 같은데, 1부는 고사하고라도 커튼콜만은 사수하자는 마음으로 예매했다.
첫 번째 커튼콜은, 왠지 커튼콜데이인 줄 모르고 예매를 했는데 하고 보니 커튼콜데이인 듯한 커플이 내 앞자리였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1부 지나고 남자와 여자가 자리를 바꿔서 영상을 찍으려면 팔을 들어야 했고, 그 결과 내 뒤에 DSLR을 가져온 또 다른 영상에 눈이 먼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첫 번째 커튼콜 자리는 내가 30% 취소수수료를 내어 당긴 곳이었고, 복불복 중 불복에 호되게 당첨되었던 것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커튼콜에 기립을 한다고 치면,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의 구조상 사이드 블록의 통로석(오른쪽 블록의 가장 왼쪽의 통로석, 왼쪽 블록의 가장 오른쪽 통로석)이 시야방해 없이 영상을 찍기 가장 편한 자리로 판명되었다.
인생무상의 마음으로 두 번째 커튼콜 자리에 혹여나 키 큰 남자가 걸리지 않을까, 공연 이틀 전에 자리를 당기면서도 조마조마했다. 복불복인 내 앞자리 관객의 신장에 따라 자리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두 번째 커튼콜은 이 전 일정이 끝나지 않을 위험성도 갖고 있었다. 처음엔 2부까지만 맞춰가자고 생각했지만, 토니는 1부에 노래를 거의 다 부르기 때문에 욕심을 안낼래야 안낼 수 없었다. 일정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3차 지연입장 10분 전에.
지연관객으로 입장하기
웃는 남자의 우르수스는 극 중 극을 시작하기 전 지연관객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그분! 지연관객이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앉아있는 건 진짜 고귀한 귀족의 조시아나 여공작. 나 오늘 고귀하자요.
예매한 자리가 아닌 빈자리로 안내된다는 문구를 보기도 했고, 입장 전에 안내를 해준다. 입장 전까지 텅 빈 화장실, 포토존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예매한 곳보다 7열쯤 뒤에 있는 통로석으로 안내받았다. 시야방해는 없었지만 매우 멀어서 오페라글라스가 간절했다. ‘대략 내가 앉은자리 비슷한 곳은 빈자리가 없었을까, 내가 극을 볼 때는 극 보는 중에 지연관객 입장으로 엄청 방해받았던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차례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멀리서 노래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가 돈 주고 예매해서 가지 않을 그 자리의 시야를 경험해본다는 긍정적 사고회로를 돌렸다. 그리고 인터미션이 지나 원래 자리를 찾아 주변 관객의 신장을 살폈고,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첫 번째 커튼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커튼콜은 클로즈업을 하기도, 전체를 담기도 해 가며 찍었다. 영상을 찍고 있으니 더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뮤지컬 티켓값을 생각하면 이젠 더 이상 이런 무모한 지연관객으로 입장하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코로나로 1열이 취소되었던 일처럼, 오늘도 뮤린이로서 하나의 퀘스트를 달성(?)했던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이상 커튼콜데이의 이모저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