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ra Days Jul 21. 2023

삶이 송두리 째 바뀌었어요

고위험산모의 임신과 출산 기록을 마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출산을 한 지 70일이 갓 넘은 산모이다.


아직은 몸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거의 24시간 아기와 붙어있으며 부족한 잠과 퉁퉁 부은 몸으로 매일매일을 살아내기 바쁘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출산 후 지속된 호흡곤란으로 인해 호흡기내과 외래 진료 차 방문한 병원에서 병동 내 스타벅스에 앉아 쓰고 있는 것이다. 임신 전에는 카페도 잘 안 가고, 특히나 체인으로 된 카페는 특색이 없다며 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짬이 나서 앉아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새로 나온 음료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감사한지.


그동안 육아를 하며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중간중간 힘든 탓에 엎드려 울기도 하고, 남편에게 모진 말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나의 삶에 대해 말하라 하면 그저 "경이롭다"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


비혼주의자였던 내가 그러한 다짐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려놓게 만든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또 선물과 같이 임신을 하여 엄마가 되는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정말 뜻깊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소중한 과정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고위험산모가 되고 입원까지 하며 요란하게 출산을 했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제 와서 이야기하지만 출산 후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은 내가 고위험산모라 입원을 했다는 말에 "왜 고위험산모냐, 35살이면 고위험산모 아니다"라고 말을 하는 소위 산모 관련 베테랑 (예: 조리원 분들 등) 들의 이야기였다.


아니, 내가 실제 위험해서 5주나 입원하고 아기를 빨리 낳았는데 내가 고위험산모가 아니라고 말하면 입원을 했던 과거가 사라지나? 모두 다 몸이 다르고 경험이 다른데 왜 특정 기준에 맞춰 맞다 아니다 하는 거지 싶었다.


또한 아기 역시 호흡이 어려워 NICU에 있다 하니 아기의 출생 시 몸무게가 2.84kg라는 것만 듣고 그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니라고 하는 말도 참 듣기 싫었다. 실제 내 아기는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고 한 번에 5cc를 겨우 넘겨 위에 삽관까지 했는데, 왜 나의 아픔과 힘듦을 특정 기준에 맞춰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것인지 싶었다. 그게 그들 나름의 위로였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나 역시 다른 사람의 각자 다른 경험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거나, 특정 기준에 맞춰 이야기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여하간 그런 속상함들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징검다리 삼아 잘 건너와 나는 아기의 백일상을 준비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차차 익숙해지겠지 생각한다.


임신과 출산은 나의 삶을 송두리 째 바꿔놓은 여정이었다. 아마 앞으로 육아를 하며 경험할 엄마로서의 삶은 더더욱 새롭고 어려운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


부족한 나를 깨워주고 채워주는 이 변화와 여정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웃고 옹알옹알 수다를 떠는 나의 딸 재경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며 고위험산모의 임신과 출산 기록을 마친다.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주어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