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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a Days Jul 02. 2023

Gentle Reminder: 당신은 포유류입니다

젖몸살과 함께 유축의 세계로

제왕절개를 하고 사흘이 지났을 무렵, 나는 젖몸살을 맞이하게 되었다.


출산보다 젖몸살이 더 힘들었다는 누군가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젖몸살은 딱딱하고, 불편하고, 뜨거웠다.


산모의 몸에서 태반이 빠져나가면 몸은 아기가 나갔다는 것을 인지를 하고 자연스레 젖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는데,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무서운 인체의 신비이다.


아직 제왕절개의 고통도 옴팡지게 느끼고 있는 와중 맞이한 젖몸살은 말 그대로 얄짤 없었다. 나의 배와 가슴, 온몸은 다 불덩이 같았고 고개만 돌려도 연결되어 있는 어깨-목-가슴-등 근육이 다 너무 아팠다. 무언가에 감염된 것처럼 경직되어 있었고, 숨을 쉴 수 없었으며, 몹시 뜨거웠고, 주변의 모든 것이 야속할 정도로 감각이 매웠다. 아이스팩을 겨드랑이에 껴도 체온은 쉽사리 낮아지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조리원으로 이동했을 때 알게 되고 뒤늦게 치료를 했는데 나는 당시 폐수종 (폐에 물이 차는 증상)과 폐에 염증도 있었어서 이 통증이 더 심했던 것 같다.


남편은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찾아서 뜨거운 수건을 가슴에 올리고 젖 마사지를 해주었다. 내가 아플까 봐 지점토 빚듯이 조심스레 만지길래 뭐라 했는데, 사실 세게 만져도 아팠고 살살 만져도 아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에 울혈이 생겼을 때 이렇게 마사지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가슴 울혈은 아기에게 직수 (직접 수유를 하는 것)를 해야 완화가 되는데 직수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따뜻하게 마사지를 하는 것은 모유량만 늘리고 울혈을 더 키우는 모양새가 되기에 아이스팩을 끼고 양배추로 만든 카보크림을 바르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기가 아직 NICU에 있었기에 직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뿐더러, 내 가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태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조리원이 아닌 대학병원에서는 그 누구도 이런 것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병동의 간호사분께 상황을 말씀드리니 신생아실로 연결을 해주었고, 나는 신생아실로 호출이 되어 유축기로 유축을 하게 되었다. 유축을 한 유축모를 아기에게 직접 갖다 주신다고 했는데, 내 가슴 통증이 너무나도 아팠던 것에 비해 모유는 나오지 않고 감질나는 유즙만 송골송골 맺혔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나는 내가 하는 게 맞나 의구심을 가지고 열심히 젖을 짜내다가 통증에 엉엉 울었다. 젖은 나오지 않고 눈물만 펑펑 나왔다.


그렇게 매 서너 시간마다 나는 신생아실 초입에 있는 작은 방으로 가서 유축시도를 했고, 여러 관련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며 자괴감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내 가슴에서 모유가 나온다니!" 같은 경이로움은 아직 없었고, 한 시간 내내 사투를 벌이다 정말 적은 유즙이 담긴 젖병을 신생아실 간호사분께 내밀 때면 매우 부끄러웠다.


그렇게 유축을 시도한 지 세 번째 시간인가, 내 가슴에서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샛노란 액체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펑펑 울었다. 그동안의 통증에 대한 서러움과 더불어 이 액체를 아기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안도감, 두 개의 양가의 감정이 들었고 나는 눈물, 콧물을 흘리며 열심히 유축을 했다. "초유가 30ml나 나왔어!"라고 남편에게 울면서 이야기했고, 남편은 축하(?)는 해줬지만 나의 복잡한 심경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샛노란 액체는 출산 후 일주일 동안만 나온다는, 각종 영양과 아기의 면역력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초유였다. NICU에 있는 아기가 이걸 먹으면 좀 나아질까 싶기도 했다. (실제 아기는 내가 전달한 초유를 먹고 정말 빠른 속도로 회복을 했다) 당시 나는 출산 후 언제까지 모유를 먹이겠다는 계획이나 생각도 하나 없었지만, 초유는 꼭 먹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가 포유류라는 생생한 리마인더와 함께, 퇴원 무렵에는 조금만 유축을 하지 않아도 가슴에 부착한 수유패드 넘어 젖이 줄줄 새서 가슴을 가리고 다니게 되었다. 조리원에 가면 모유수유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것을 알려준다기에 얼른 조리원에 가서 젖부터 빼내고 싶을 정도로 퇴원날은 가슴 통증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4박 5일의 병원 입원을 마치고 천국이라고 불리는 조리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만난 나의 첫 유축기
영롱한 초유, 초유량에 서너 배에 달하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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