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TCK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내며
내가 글을 쓰는 것의 팔 할은 가족, 나의 뿌리, 그리고 나의 성장환경에 대한 것이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개념이 Third Culture Kid - 제3문화아이, 혹은 글로벌 노매드인데 나처럼 성장기의 (만 18세까지) 상당 부분을 부모의 문화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일컫는 개념이다.
고국과도, 체류국과도 다른 새로운 문화에 적응을 하며 그들만의 아이덴티티와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한다고 하는데, 이 시기는 단순 10대 때의 색다른 경험뿐만 아니라 20대, 더 나아가 30대가 되고 가정을 꾸리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Third Culture Kid, 줄여서 TCK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형용할 수 없던 나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느낌, 그리고 미세한 우울감, 그리고 알 수 없는 향수병이 드디어 해방감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각자의 삶은 다르고 가는 방향은 다르지만, TCK로 산다는 것은 여러 특혜나 장점을 주는 반면 비슷한 성장통을 겪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만났던 TCK들, 특히나 나처럼 체류국 내에서도 또 다른 문화 (국제학교 등)등을 거친 친구들의 대부분은 눈치가 빠르고 상황에 기민하며 민첩했다. 아마 기질적인 것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접하고 늘 상황파악을 하며 '선을 넘지 않게' (이건 국제학교라는 특성, 한국인의 자기 검열적인 부분도 있지만, 좁은 한국인 사회에서 누군가의 아들 혹은 딸이라는 경각심도 강했을 터) 행동을 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믿는다. 근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우호적인 마음 바탕에, 늘 상황과 사태를 파악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자란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 회사생활을 하고 또 본인만의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마 우리 같은 사람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있었겠다만 20세기부터 더더욱 무역, 유학, 이민, 국제결혼이 점점 더 많아지며 TCK에 대한 개념이 더더욱 수면 위로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성장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자라 사회의 허리즈음에서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나의 가정을 꾸리게 되며 30대 중턱에서 더더욱 나, 아니 우리, TCK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앞으로 점점 더 TCK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주재원이나 이민생활뿐만 아니라 스스로 선택을 하여 가족과 해외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을뿐더러,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 역시 많아질 것이다.
나는 우리가 어떤 것을 거쳤고, 어떤 것을 느꼈으며, 어떤 것을 보았고 어떤 것에 좌절했으며 어떻게 자라나 어떤 것을 꾸리고 있는지 등. 그 모든 혼란의 과정과 다이내믹한 나만의 역사가 결국 나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과, 연대와 지지를 보내고 싶다. 꾸준하게, 천천히, 그리고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