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건강하게

각자의 작은 노력들로 만들어지는 관계의 결

by Nara Days

나보다 일년 정도 일찍 결혼을 한 결혼선배인 친한 언니가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내가 벌써 기혼자 같은데, 실제 결혼식은 며칠 안남았으며, 나의 집 전세 만기 타이밍의 문제로 먼저 함께 살기 시작한지 두어달 정도 되었다) 언니는 상담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인데, 단순 학문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실제 본인 생활의 많은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의식적으로 스스로 노력을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언니를 보면 늘 배울 점이 많다. 언니는 올 해 여러 다짐의 일환으로 블로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런 언니의 블로그를 오랜만에 들어가 글들을 읽다가 굉장히 와닿는 구절이 있었다.

"신혼이라서 잘 살고 싶은게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였던가- 무언가 비슷한 뉘앙스의 문장이었는데, 최근 내가 늘 우리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부분과 비슷했다.


나는 결혼 생각이 크게 없었던 사람이다. 강한 비혼주의 사고를 가졌던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그리고 갑작스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결혼이 아주 잠깐 하고 싶었던 서른 셋, 그리고 그 후에는 다시 결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지는 시기 등, 변덕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지금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던 마음가짐들을 가졌왔었다. 생각 해 보면 나의 친척 언니들도 대부분 연애는 해도 공부 할 것 다 하고 커리어 등을 쌓으며 결혼이 늦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 나의 주변은 결혼이 필수적인 환경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내가 자연스레 결혼을 고려, 아니 고려 보다는 '당연스레 받아들이게' 만들어준 현재의 애인과의 만남이 종종 신기하고, 가끔은 애인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준며드는 것"처럼 나 역시도 그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게 되었으니까. 여하간 내 삶에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결혼을 하게 되며 결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는데, 뭐 하나로 줄여지진 않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말하자면 "평생을 함께 갈 베스트프렌드를 얻는 것" 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은 당연하지 않고, 쉽지 않다. 적당한 거리감, 배려, 솔직함, 그리고 이해심 등이 함께 동반 되어야 친구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가 되는데, 부부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 (솔직한 감정 표현, 애정표현 등) 이라고 생각이 든다.


애인은 본인의 감정이나 원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바의 표현을 나에게 잘 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만나는 과정 속에서 많은 부분 변한 것 같고 내가 하는 행동을 보며 그도 모르게 바뀐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그 중 상당 부분이 그의 의식적이 노력이라 생각을 하기에 참 고마울 따름이다. 같은 침대에서 자다가 새벽녘에 누구 한 명이 뒤척여 다른 한 사람이 비몽사몽하며 깼을 때, 그는 나를 꼭 안아주며 "너랑 살아서 너무 행복해" 등의 말을 한다. 사랑한다는 표현 역시 자주 하는 편인데, 웃긴 것은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그는 불시에 "사랑해"를 퉁명스럽게 말해 그 모든 과정을 귀엽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최근 그는 많이 바빠진 동시 체력이 약해져 집에 오면 넉다운이 되기 일쑤라 주중에 함께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며, "이래이래서 속상해. 너가 이러이렇게 행동했고, 나는 너의 상황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속상해 그래서 슬퍼" 등의 표현을 했다. 슬프단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그가 그렇게 이야기 한 순간 너무 미안해서 나는 눈물이 펑펑 났고, 나는 오늘 저녁 있던 일정을 취소하고 집으로 일찍 와서 그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노래를 흥얼거리던 그가 밥을 한그릇 다 비우더니 "이렇게 오랜만에 평일에 둘이 저녁을 차려먹으니까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또 마음이 짠했고 그렇게 표현을 해줌에 고마웠다. 언제부턴가 이 사람이 이렇게 건강하게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을 하게 된걸까, 잘은 모르겠다만 그가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혹은 그를 위해 더욱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요즘은 내가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생활을 하다보니 그가 그 바쁜 스케줄 속에서 나에게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많이 느끼고 당시 내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느꼈던 것 같아 미안해진다.


나 역시도 내가 지금 겪는 것들을 신혼이기에 '당연시' 여기고 싶지 않다. 언젠가 콩깍지가 한풀 벗겨질지언정, 나의 가장 든든한 베스트프렌드와 함께 하는 여정 속 우리의 관계가 햇살, 비, 바람, 눈 등을 맞으며 함께 더 견고 해졌으면 좋겠고, 각자 완벽하지 않은 인간일지언정 건강한 대화와 소통, 진심을 담은 표현, 그리고 배려와 이해를 통해 함께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


몇 년뒤면 결혼 40년차인 부모님의 가족톡방 속 대화, 오랜동안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포인트는 역시 "표현"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을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