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오미크론 투병일기

수퍼항체 인간으로 업그레이드 되다!

by Nara Days

때는 지난 화요일, 심상치 않은 꿈을 꾸고 새벽에 일어났다.

지하철 역사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오가는데 멀리서 어느 스님이 오셔 사람들이 그 분을 보고 반배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스님을 마주보고 반배를 했고, 스님은 나를 보며 지긋이 웃으셨다. 그 때 나는 꿈에서 깼고, 뭔가 꿈에서 종교적인 인물이 나오면 좋은 것이라 들어 내심 기대를 하고 해몽을 찾아봤다.


그런데 꿈의 해몽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자신의 체력이 약해지거나 건강 이상이 생기게 될 꿈이라는 것이다.

출처: 당시 나의 검색 및 스크린 캡춰 (...)

실망감을 안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고 아침에 다시 일어났을 때, 어라. 목이 이상했다.

혹시나 싶어 자가검진키트를 사와 목도 긁고, 코도 긁고 두세번을 해보았으나 결과는 다 음성이었다. 요즘 유독 미팅이 많았던지라 말을 많이 해 혹 목이 상한게 아닌가 싶어 급하게 출근 일정을 재택근무로 변경하고 뜨거운 물을 계속 마시며 미팅에 임했다.


그런데 나의 증상을 본 나의 동료, YB가 이야기 했다. "나라님 그거 코로나 증상인데, 제가 처음에 걸렸을 때 똑같았어요"라고- 꼭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라 이야기 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 때부터 온갖 시나리오가 다 스쳐지나갔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그 전날 함께 밥을 먹은 나의 상사분이었다. 나의 상사분은 갓 100일 된 쌍둥이를 키우고 계시기에(!!!!) 혹여 내가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면 나는 상당히 오랜기간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아.. 설마.. 설마..


업무를 17시쯤 마치고 간 집근처의 이비인후과. 서울대학교를 나온 약간 펑키한 느낌의 (산울림 김창완 아저씨 같은) 의사선생님이 하시는 오래 된 이비인후과다. 그렇게 진료실이 깔끔하지 않고, 공병이 많은 것을 보니 아마 MBTI는 TP겠고 (...) 일전에 한번 애인과 신속항원검사를 하러 왔기에 다시 찾으니 뭔가 반가운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펑키한 느낌만큼이나 유쾌한 소울의 소유자셨는데, 당시 방문 했을 때 자가검진키트가 정확도가 약 10-20%라며 수능을 찍어도 그 정도는 나오겠다고 하셨다.


"저번에 남편분이랑 오시지 않았어요?"

"네, 근데 이번에는 제가 증상이 좀 있어서요..."

"아, 그래요. 입 가리시고 마스크 코만 보이게 내려보세요."


코를 깊숙이 찌르고 겸허히 앉아있는 10분 동안, 나의 마음은 어쩐지 평온했다. 왠지 올게 온 듯한 느낌. 그리고 선생님은 나의 키트를 보시더니 나지막히 말씀하셨다. "아... 안타깝습니다. 양성입니다." 양성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았다. 그냥 또 정확한 내 꿈에 조금 소름 돋았지만, 어차피 다가올 미래라고 인지 했기에 바로 약 처방을 받고 소독제를 잔뜩 사서 귀가했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터라 애인이 나의 법적 동거인이 아니기에 PCR을 같이 받을 수 없다는 비보와 함께.


양성을 나타내는 신속항원키트, 그리고 그 후에 또 해본 자가검진키트. 자가검진 믿지마세요.


문제는 애인이었다. 나는 확진 당일 아침도, 점심도 애인과 함께 먹었으며 우리는 스킨십이 잦은 신혼부부다. 잦은 뽀뽀로 "침범벅"이 된다며 행복한 볼맨소리를 하는 저 남자, 아침까지만 해도 "너 코로나면 내가 다 가져가야지~" 하더니 실제 확진이 되었다니 당황을 한 듯 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난 바로 안방에 격리가 되었다. 그는 생각 이상으로 철저했다. 나는 내심 식 직전에, 하지만 식과 격리 기간이 겹치지 않게 걸린 내가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도 걸릴 것이면 지금 걸려라 (....)라는 생각을 했지만 말이다. 전날 함께 식사를 한 상사분, 그리고 나의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기 확진자 둘, 나, 그리고 다른 분 한 명이 있는 슬랙방에서 나는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 제가 슈퍼항체 동호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 전주에 격리 해제가 된 YB님은 내게 전화를 해 어떻게 케어하면 되는지 읊어주었고, 우리 중 가장 확진이 먼저 되었던 (모든 것에 얼리어답터인 그는 코로나 마저도 얼리어답터였다) CB님은 남은 한 분의 차례를 기다리자고 했다.


다음날 PCR 검사를 하고 본격적인 격리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애인과 상사분은 둘 다 음성이었다) 우리 집 안방은 꽤 넓고, 돈을 꽤 들인 침대는 튼튼하고 널찍했지만, 하루 종일 같은 방에 있는 것은 너무 고역이었다. 코로나 증상은 이틀차부터 나흘차 사이가 정말 힘들었는데, 찢어질 것 같은 목 통증->흉통->가래 낀 울림이 깊은(!) 기침으로 전이가 되며 두통, 탈모 (탈모는 아직도 고생 중이다), 그리고 두드러기 증상을 겪었다. 게다가 마법 기간까지 겹쳐 평소보다 두세배 많은 양의 피를 쏟아내며 독수공방 했는데, 나름 일주일간의 '방학'일 것이라 여겨 독서를 계획했던 스스로가 무색할만큼 약만 먹으면 바로 자고, 또 일어나서 멍하니 있다 기침을 하느라 몇 시간을 소비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속항원검사를 했던 이비인후과에서 사전에 받아놓았던 약, 그리고 내가 PCR 검진을 한 날 먼저 원장님이 연락 주셔서 처방전을 새로이 써놓으셨다고 알려주시며 추가로 받아온 약이 큰 도움이 되었다.


격리기간동안은 내가 이렇게 사랑 받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아주 SPOILED되기 좋은 시간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며 삼시세끼 나를 열심히 먹이는데 혈안이 되었던 나의 애인 역시 큰 힘이 되었고, 내가 격리 되자마자 본인의 옛날 아이패드에 OTT를 종류대로 다운 받고 전자책 서비스 구독까지 해서 줘서 재미가 쏠쏠했다. 뿐만 아니라 예비 며느리 확진 소식에 10첩 반상 직접 만들어 택시 타고 오신 시어머니 (시어머니 음식은 정말 최고다), 치킨도 쏴주시고 예비 며느리 먹이고 싶어 마켓컬리 어플까지 다운 받아 갈비탕을 보내주신 시아버지 (애인은 3n년간 본인은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라며 나를 부러워했다), 그리고 주말에 두시간 되는 거리를 와서 나 때문에 고생을 하는 애인이 좋아하는 메뉴로 음식을 양손 가득 만들어온 우리 엄마 아빠 (오셨는데 얼굴도 못 보고...ㅠㅠ 속상하다)까지 모두 감사했다. 또한 전 직장 동료, 현 직장 동료들이 오쏘몰과 간식들을 하도 많이 보내줘서 나는 당분간 더욱 더 건강하게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좋은 우리 회사는,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들어간 직원들에게 책을 보내주는데 택배파업으로 그 책은 격리 해제가 된 오늘 도착했다. (...)


매일 삼시 세끼 이렇게 먹었다
첫날 저녁, 시어머님이 매 끼니 내게 한우를 먹이라는 명을 내리셨다. 애인이 주문한 첫 한우반상은 넘어져서 엎게 되어 본인의 돼지갈비를 바친 애인 - 결국 그는 라면을 끓여먹었다


침실의 NO FOOD POLICY를 내가 깼다. 난생 처음 침대에서도 무언가를 먹어보았다!
치킨을 안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너무 맛있었던 시아버님께서 시켜주신 치킨! 사랑의 치킨!
시어머님의 반찬은 언제나 스펙타클하다. 내 목이 아파 음식을 못 넘길까봐 직접 묵까지 쒀주셨다.
스크램블과 과일이 먹고 싶단 말에 애인이 준비한 아침. 늘 깜찍한 그의 플레이팅.
애인이 끓여준 매운탕, 그리고 새로 산 덴비 식기 (원래 산 것을 그가 깨먹었기 때문..)
비빔국수가 먹고 싶단 말에 애인이 만들어준 들기름 메밀국수 (최고!)
엄마 아빠의 사랑, 나도 걱정이지만 격무에 삼시세끼 나 밥 차려주기 바쁜 예비사위 걱정도 많으셨다
(예비) 시댁 자랑 좀 합시다
다들 코로나 걸리면 살 빠진다던데 나는 왜... (미각, 후각도 잃지 못함)
그 와중 집으로 온 사랑스러운 소포, 그리고 책선물 좋아하는 나에게 찰떡 선물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며 나이가 들고요...
책을 생각만큼 못 읽었다. 글을 펼치니 완전 졸렸음...
마지막날은 분식이 먹고 싶었다
내 돈 주고 사기 싫지만, 읽어보고는 싶은 책들 읽기 좋은 밀리의 서재
화이트데이 문 아래로 들어온 엽서


여하간 일주일간 집에 있으면서 결론적으로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외롭지 않은 격리라니!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새삼스러운 교훈과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 내 삶의 안팎에 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격리 해제 1일차, 아직은 콧물과 재채기 러시에 (죽은 바이러스가 배출 되는 과정이라고) 정신이 없고, 탈모가 극심해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고 이리 되어 다행이며, 무엇인들 다 좋다. 격리 해제 2시간 전 방을 소독하고 이불을 빨며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페퍼민트 오일을 오일버너에 담아 방에서 태우니, 갓 이사를 한 방 같은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여하간 아프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에게는 또 하나의 커다란 감사라는 선물을 얻은 경험이었다, 오미크론 투병! 나는 수퍼항체 인간을 비롯하여 수퍼감사 인간이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래오래 건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