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가 밝았다.
1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나는 중기의 임산부가 되었고, 입덧은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회사에서는 초기 단축근무에 동료들의 여러 배려 덕분 무탈하게 생활을 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누적된 피로감은 꽤 컸다. 특히나 나의 눕눕생활과 남편의 격리가 겹친 탓이 컸던 것 같다. 원래도 활동적인 집순이였던지라, 지속적으로 누워있는 생활이 이따금씩 본의 아니게 스스로가 무쓸모하단 느낌을 가지게 했던 것 같다. 아니, 이 저출산 시대에 애국하는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지를 못할 망정.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우울감이 계속 있었다.
여하간 이런 이유 탓에 나는 스스로에게 1월 한 달 동안 방학을 주었다. 연재하고 있던 TCK 글을 잠시 중단하고, 진행하고 있던 인터뷰도 홀드 하며 인터뷰를 진행 중인 인터뷰이 분들과의 타임라인도 조금 미루었다. 뿐만 아니라 책 역시 읽던 것을 잠시 내려놓고 '단순한 소설책 한 권'만 읽자 라는 생각을 했다. 먹고 싶은 것은 다 먹고, 쉬고 싶은 만큼 쉬려고 했다. 동시에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다짐을 했다.
2월 하고도 한 주가 지난 무렵, 다시 슬슬 공부와 독서, 일을 위해 시동을 걸며 1월을 어떻게 지냈는지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종종 기록을 하지만, 단편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길게 정리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모아보니 잘 쉬고 잘 놀고 잘 먹은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올 해는 계묘년, 나에게는 겁재와 상관이자 원진이 들어오는 해이다. 운명이란 참 재미있다. "2023년에 출산휴가를 들어가는 게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신이 덕에 좋은 타이밍에 알맞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무시무시한 출산, 출산 후 바로 이사, 육아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만... 여하간 올해는 기록의 체계화, 지속적인 코칭 공부, 출산 그리고 육아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럼 1월에 놀았던 기록 시-작!
1. 엄마와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즐긴 호캉스
원래 연말로 예약해 두었다가 1월로 미룬 호캉스. 안개가 많이 끼고 계속 비가 오는 날씨 덕에 조금 스산했지만, 그래도 카우리에 가서 초밥도 먹고, 같이 로비에 있는 바에서 에이드도 마시고, 룸서비스도 시켜 먹고 엄마랑 재미있게 놀았다. 엄마에게는 젊을 적 친구들과 수영장에서 놀았던 추억이 있는 호텔. 저녁에 비가 그쳤을 때 엄마가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고 하셔서 무려 잠옷바람에 (엄마가 입고 가신 옷은 원피스라) 내려갔다. 어릴 적 피겨 스케이트를 배웠던지라 나 역시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임산부라 타지 못하고, 신나게 타는 엄마를 구경했다. 64세 아주머니가 저렇게 귀여워도 되는 건가. 나는 엄마랑 노는 게 너무 재미있다.
2. 사람들을 조금씩 만나기 시작
외부활동을 조금씩 시작했다. 여전히 조심스럽고, 바닥을 친 체력덕에 예전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소극적인 생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 만에 누군가를 본다는 게 너무 감개무량했다. 내가 존경하는 예전 회사 상사분께서 북촌의 어느 고즈넉한 레스토랑으로 초청을 해주시어 맛있는 밥을 먹고, 또 오랜만에 본 예전 동료분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다. 네 시간이 훌쩍 지나간 대화였고, 또 그날은 눈이 와서 참 로맨틱한 날이었다.
3. 다양한 영상물 섭렵
페일블루아이, 인투더미러, 우리의 20세기, 솔로지옥, 카지노, 미씽:사라진 딸, 더 글로리 등을 보았다. 기대했던 '정이'는 정말 보자마자 얼마 안 돼 끄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리뷰를 찾아보니 뭐 좋은 평을 내린 분들도 많던데 나는 저 배우의 연기를 못 보겠어서 껐다.
4. 괌 대신 고성
태교여행으로 괌 대신 고성에 갔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찾은 고성. 우리의 두 번째 고성이었고, 이번 숙소는 <르네 블루 바이 워커힐>이었다. 나에겐 호캉스, 남편에겐 워케이션이었으나 그가 자꾸 카메라를 켜고 화상회의에 임해서 끝날 때마다 그의 동료에게 카톡을 보내 "저 뒤에 안 나왔죠?"를 확인했다. 나는 목욕가운을 걸치고 역도산처럼 앉아있었기 때문에...
5. 코치님들과 식사
함께 KAC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언니들과 식사를 했다. 지희언니는 프라나차이의 한국 지사장이자 코치로 활동 중인데 늘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은 차이 선물을 준다. 언니는 나의 친정 (당시엔 싱글이었기에 본가)에도 놀러 와 엄마랑도 구면인 인연이다. 어떻게 마셔도 맛있는 프라나차이, 그리고 언제 보아도 좋은 언니들.
6. 맞는 옷과 신발이 없고요
맞는 외투가 없어 남편의 외투를 걸치고 (저 사진에서는 내 코트 위 남편의 패딩), 터질 것 같은 임산부용 바지 한벌과 어그 느낌의 부츠로만 겨울을 나고 있다. 나름 내 스타일대로 옷 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불가능한 시기이다.
7. 이게 국민 기저귀 가방이라고?
참 한국은 웃기다. 태교여행, 기저귀 가방 등 소비와 직결된 네이밍들이 많다. 한국 남편들 살기 참 힘들겠다. 근데 그 와중 어디선가 자꾸 그런 정보를 접해 사다 주는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귀엽다. 오른 난방비는 아까워해도 나에게 뭔가 해주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 남편이다. 나는 명품을 잘 몰라서 남편을 만나고 남편이 사주는 것 덕에 조금씩 생기는데, 사실 아직도 잘 모른다. 선물을 주며 "다른 색도 다음에 사줄게. 작은 가방 모델도 있는데 그게 더 예쁘더라"라고 하는 남편. 아니야, 나는 그 돈으로 오빠랑 여행 갈래! (사진을 보니 소파가 고양이 털 때문에 너무 더럽군)
8. 남편은 등산 중
아기를 낳으면 남편도 잘 쉬지 못할 것 같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친구랑 등산이든 근거리 여행이든 다녀올 수 있게 하고 있다. 자꾸 쟁여둔 내 간식이 사라진다.
9. 아기를 가지고 특별히 당기는 음식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딸기" - 정말 하루에 두팩씩 먹어치웠고 지금도 멈출 수가 없다. 심지어 하루는 남편의 친구분이 온라인 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 안성의 모 농장에 가서 딸기를 사다 주기도 했다. 온 가족, 지인 모두 나의 딸기 공수를 위해 힘을 써주시고 계시다.
그럼 1월 기록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