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 하는 과정에 있어 자주 받은 질문들
무언가 이 시리즈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나의 사적인 결혼 준비 기록을 담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나 역시도 이 여정의 끝에는 "참 야무지고 똑똑하게 잘 준비했다" 라는 뿌듯함도 느끼고 싶었으나, 사실 내가 준비하는 결혼식의 과정은 일반 예식장, 평균의 스드메, 그리고 남과 다를 것 없는 준비 과정이었기에 기록을 하며 흥미를 잃었다. 아울러 나의 결혼 준비과정은 야무지고 똑똑하지 않았다. 정말 애석하게도 돈 쓰면 편하다-가 나의 결론이고, 나는 생각보다 귀찮은게 많은 사람이다-가 나의 배움이다. 그래도 전 회사 동료 중 친한 친구인 V가 결혼을 준비하게 되어 나의 글들과 웨딩플래너 정보를 보내줬었고, 결혼에 관심이 있는 친구 몇들이 이 글들을 읽으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다. 그래서 내가 자주 받은 질문들을 한데 모아 답을 해보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Q. 드레스투어 꼭 해야하나요?
A. 정답은 아니오다. 다만, 일생에 단 한번 (이 아닐수도 있지만..?)의 결혼식 전에 웨딩드레스를 여러가지를 경험 해 보고 싶은 사람 혹 내가 어떤 스타일과 어울리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내가 원하는 드레스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기에 지정 샵으로 했었다. 호텔에서 식을 한다면 엘리자베스 럭스를 입으려고 했고, 일반 웨딩홀에서 식을 한다면 시그니처 엘리자베스를 입으려고 했으며 일반 웨딩홀에서 하게 되었기에 후자를 입었다. 그리고 나중의 이야기지만 실제 럭스 드레스들을 보니 내가 입기엔 너무 화려하단 생각을 해서, 후자가 나와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드레스투어를 하지 않고 지정으로 할 경우 촬영 가봉/셀렉, 본식 가봉/셀렉, 사이즈 피팅 등의 순서로 진행이 된다. 아울러 지정으로 할 경우 2부 드레스 무료, 혹 프리미엄 드레스의 가격 등을 할인 해 주는 식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나의 경우 선택한 2부 드레스가 프리미엄 급이라 약 100여만원이 추가가 되었어야 함에도 불구, 지정 고객의 혜택으로 무료 서비스로 받았다.
Q. 프로포즈, 꼭 반지와 명품가방이 국룰인가요?
A. 결혼을 앞두고 있는 많은 내 주변 남성 지인들의 물음. 정답은 절대 절대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다!
물론 샤넬 오픈런을 하루만에 성공해 나에게 반지와 샤넬 가방을 안겨준 나의 짝꿍에게 참 고마웠지만, 나의 원래 성향상 그가 만약 그 샤넬 가방을 '업자에게 웃돈을 주고 샀으면' 나는 그닥 감동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 때 감동을 먹었던 이유는 본인에게 중요하다 여겨질 때만 움직이는 매우 우선순위가 명확한 사람이, 몇날 며칠을 검색하고 여자 후배들과 상의해가며 낚시의자를 사서 추운 11월 5군데를 돌아 추리닝 바람에 낚시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가방을 샀을 생각을 하니 감동을 먹은 것이다.
참고로 나는 명품에 문외한이라 오픈런 문화도 잘 몰랐고, 그에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한 적도 없다.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의 생각치도 못한 '자의적인 노력'이었기에 감동을 먹었던 것이지, 처음 사귀기 시작한 공원에서 걷다가 반지 하나만 건네줬어도 나는 충분히 감동을 먹었을 것이다.
프로포즈는 상대 여자친구의 성향을 잘 아는게 중요하다. 나는 만약 짝꿍이 호텔 방을 빌려 풍선을 벽에다 붙이고 촛불을 켜놓고 꽃잎을 흩뿌려놨으면,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는 나라도 그런 인스타그래머블한 모양새는 좋아하지는 않아 그닥 크게 감명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로망은 SATC의 에이든이나, 스티브 같은 털털하고 꾸밈없는 남자의 평범하고 로맨틱한 고백이기에 산책 중 받은 반지 상자와 나와 결혼해줄래?는 정말 완벽했다. (거기에 손편지도 있었으면 100% 내 스타일이었을텐데, 짝꿍의 성향을 아니 나는 거기까진 욕심을 부리진 않는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니, 나의 친한 전 회사 동료 S는 본인은 평소에 요리를 한 번도 안했다가 프로포즈날 직접 스테이크를 굽고 반지를 줬는데 전여친이자 현부인의 반응이 심드렁하며 그녀는 호텔을 잡고 하는 프로포즈를 바랬다고 했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의 취향이란 다르기 때문에, 나의 여자친구는 결과보단 과정의 노력과 정성을 보는 사람인지, 아니면 효율성과 결과를 보는 사람인지 등을 파악하며 동시에 그녀의 악세서리 취향은 파악 해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럼 프로포즈에 '반지'가 좋을까, '목걸이'가 좋을까에 대해서는 - 역시 신부의 성향과 개취에 따라 나뉘겠지만 나는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왠만하면 프로포즈엔 반지지라는 생각이다.
참고로 내가 받은 프로포즈 반지는 티파니였는데, 짝꿍이 티파니를 고른 이유는 간단했다. 티파니는 워낙 남자들이 프로포즈를 많이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프로포즈용 반지'가 상시 준비 되어 있어 바로 구매가 가능하고, 프로포즈 후 반지 사이즈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어서다. 티파니에 가기 전 까르띠에를 비롯 여러 유명 브랜드에 또 '추리닝 바람'으로 방문 했으나 당장 내일 프로포즈를 할 생각인데 반지를 맞춰서 받으려면 몇 주는 기다려야 한다며 업신여김을 당한 그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굳이 브랜드의 반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가격이라도 조금 더 큰 다이아를 사려면 종로를 가는 것도 괜찮고, 아니면 누니나 앙즈 케미스트리, 하문 같은 로컬 브랜드의 다이아몬드 링도 참 예뻐 추천을 한다. 잘 찾아보면 더욱 더 예쁜 디자인인데 100만원대, 혹은 그 이하로도 예쁜 프로포즈링을 살 수가 있다. 희소가치가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까르띠에가 괜히 국민 커플링으로 불리는게 아니다. 차고 나가면 모두 나와 결혼했기에...) 개인적으로 누니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브랜드라 웨딩 밴드를 이 밴드로 맞췄는데, 매 해 결혼기념일 가드링을 하나씩 사주겠다는 짝꿍의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란다. (이 약속 한 것 기억이나 할라나!)
Q. 결혼하려면 돈이 얼마 정도 있어야 하나?
A. 이것도 정말 케바케다. 스드메도 200만원에서 10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기에 아끼면 아낄 수 있고, 쓰면 쓸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결혼 준비를 우리가 모아둔 돈에서 가용한 예산에서 진행을 했다. 세세하게 밝히긴 그렇지만, 집과 혼수를 제외하고 결혼 준비 비용으로 상견례부터 신혼여행까지 보면 약 8,000만원 좀 안되게 사용한 것 같다. (신혼여행 현지에서 쇼핑까지 하면 더 추가 되겠지?) 누군가에겐 많은, 누군가에겐 적은 금액이 될 수도 있기에 각자 형편에 맞춰서 하는 것을 추천한다.
Q. 결혼 전 적절한 연애 기간은?
A. 이 것도 정답은 없다. 다만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연애기간이 길수록 이혼률이 줄어든다는 결과들이 있다. 실제 우리가 '사람은 사계절을 다 겪어봐야해' 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다는 말이다. 에모리 대학교에서 3,000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3년 이상 사귀고 결혼한 커플은 1년 미만으로 사귀고 결혼하게 된 커플보다 이혼할 확률이 39%가 낮았다. 2년으로 연애하고 결혼하게 된 커플은 1년 미만으로 사귀고 결혼하게 된 커플보다 이혼할 확률이 20%가 낮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 공부를 하는 나로서는, 이 모든 수치와 확률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10여년 연애를 하고 결혼한 커플이 신혼여행 다녀와서 바로 이혼을 하는 것도 보고, 또 일년 남짓 만나고 급하게 아이가 생겨 결혼한 커플이 잘 살고 있는 것 역시 목도하기에 적절한 연애기간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연애 초반에는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계절은 만나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것은 나을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헬퍼비, 드투비 이런 것 다 봉투에 담아서 주고 촬영 때 간식도 준비해야 하나요?
A. 이것도 정답은 없지만 나는 했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피팅비 봉투 검색해 볼 것) 예식 문화의 허례허식의 폐해인 것 같은데, 안 하면 우리 커플만 '덜 챙겨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FOMO (fear of missing out)가 아닌가. 봉투에 우리 커플의 이름을 적고 잘 부탁 드린다는 멘트를 쓰며 약간의 현타는 왔지만, 그래도 이왕 드릴 것 예쁘게 드리자라는 마음으로 했다. 그리고 웨딩 촬영날 메인 포토그래퍼분, 어시스턴트분, 드레스샵 이모님, 헤어변형 스타일리스트분의 간식도 작은 봉투에 견과류, 프로틴 음료, 물, 사탕 등을 담아서 준비해서 갔다. 아, 물론 촬영 중 그게 본인 간식인 줄 알고 열심히 먹은 짝꿍 때문에 약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긴 했다.
Q. 내가 간 결혼식들의 주인공들에겐 다 연락을 해야하나요?
A. 그러라는 이야기들은 많이 들었지만 나는 안했다. 당시엔 친했어서 간 결혼식들의 주인공들과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서로 먹고 살기 바빠 드문드문 해진지 오래라, 연락을 안 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꼭 "축의금 돌려달라" 라는 것 같아서. 그 당시 축하했던 내 마음이 진심이었으니 나는 그 것으로 된 것 같다.
Q. 그 외 식전 참고해야할 만한 것?
A. 식전 한달동안에는 얼굴에 평소에 안 하던것 하지 말기 (나는 저번주에 원래 관리 받던 샵에서 효소 필링인가 뭔가 했다가 완전 뒤집어졌다...), 식 전날 매니큐어/패디큐어 하고 뿌리염색 하고 필요 시 왁싱 (신혼여행 가니까!) 등을 예약하기, 식이랑 계약한 계약서 내용 미리 챙겨놓기, 한복 픽업 등 필요 시 지인들과 시간 어레인지 해놓기, 스튜디오에서 미리 액자 픽업하기 (웨딩홀에 프레임을 놓을 이젤을 준다) 등등이 있다. 행정적인 절차는 식장이랑 2주동안 확인해야할게 많은데, 정말 하나하나 꼼꼼히 봐야 한다. 참고로 나는 식 2주전 식장에서 보내준 답례품이나 옵션 리스트 등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일례로, 현지에서 7불인 와인을 디폴트로 테이블당 깔며 테이블당 10만원을 받길래 콜키지가 붙어도 외부에서 하는게 좋다고 판단되어 나의 단골 와인샵 사장님을 통해 따로 와인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랑신부의 건강과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보약도 따로 먹고 있지만, 특히 비타민을 더 챙겨먹으려고 하고 운동도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꼭 하려고 한다. 물론 '체력이 우선시라 다이어트는 안해'가 되어버려 (안다, 나도 핑계인걸) 우리 엄마는 속상해하시고 나는 우람하게 입장을 하게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을 잘 버티는 것의 근간은 체력과 정신력이기에 나는 식 당일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