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사랑도 사랑이지만 타이밍과 운

by Nara Days

지난주, 식을 코 앞에 두고 양성 환자가 되어 격리를 하게 된 나는 내심 격리 기간이 결혼식과 겹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항체를 가진 인간이 되어 식도 더 마음을 놓고 치를 수 있다는 안도감도 함께 들었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코로나 때문 오랜동안 해외여행을 하지 못해 (심지어 우리는 코로나가 막 시작하고 얼마 안되 사귀기 시작해 함께 해외여행을 가본 적은 없었다) 정말 결혼식을 제주도나 남해로 가야하나하며 속상해하고 있으며 신혼여행지 결정을 미루고 미루던 어느 날, 새로운 대통령 당선 소식과 함께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해지가 된다는 소식에 우리는 바로 항공권을 구매하고 내가 일전에 자메이카로 팸투어를 갈 때 함께 갔던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 대표님께 전화를 했다.


비록 가고 싶었던 리조트의 예약은 다 차서 차선의 차선을 골라야했지만, 선택한 행선지 역시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의 묵은 체증을 다 없애고 설레임을 증폭시키는데는 아쉬움이 없었다. 또한 대표님 찬스로 원래 시중의 가격보다 훨씬 좋은 B2B 금액으로 결제를 할 수 있었고, 설레는 마음에 수영복과 여름옷 역시 한가득 연이어 구매를 했다. 전문가 분께 부탁을 드리니 엑기스만 카톡으로 몇 분 설명을 해주시고, 워낙 그 업계에서 그 분의 전문성을 알기에 나는 불필요한 검색이나 추가 시간 혹은 품을 들이지 않고 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결혼 준비는 순탄하고 자연스러웠던 결정과 과정 속에 소소한 행운들이 항상 깃들어져 있었던 것 같다. 그 소소한 행운은 감사히 여길 찰나의 많은 요소들 + 완벽한 타이밍 등이었다. 내가 가장 많은 것을 공유하는 나의 베스트프렌드인 엄마께 우스갯소리로 "엄마 난 내 옆에 수호천사가 있는 것 같아" 라는 말씀을 드렸더니 엄마도 웃으며 "그래 내가 봐도 넌 복이 많더라"라고 답을 하셨다.


부동산 시장이 한껏 과열 되어있었을 때 기존 시세에 비해 많이 올라간 금액으로 신혼집을 구해야 했던 작년 여름, 전세자금대출의 심사를 넣은 그 날 정오 쯤 너무 가계 대출이 많아 일시적으로 일부 은행에서 대출에 제한을 건다는, 한동안 예전처럼 대출을 받기가 어렵다는 속보들이 떴다. 그 은행의 리스트 중 우리가 심사를 넣은 은행 역시 있었고, 정말 우리는 하루라도 늦었으면 우리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작년에 내가 입사를 하려던 직장이 번복이 되며 예기치 않은 3개월이 좀 안되는 휴식 기간이 생겼을 때, 나는 이사와 결혼 준비에 집중을 할 수 있었고 이사를 하자마자 예기치 않게 새로운 직장과 연이 닿아 바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렵다는 가방의 오픈런 마저도, 애인은 한 큐에 하루만에 (비록 만 오천보를 걸었지만) 네 군데를 돌아 끝내 내 생일에 성공적으로 프로포즈를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엄청난 운이었던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선물같은 타이밍들과 감사한 우연들이 계속 주어지는 것은 내가 혹은 같이 사는 사람이 유독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둘이 잘 살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늘이 선물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둘이 서로 귀하게 여기고 노력해서 잘 살라고, 결혼생활은 지금처럼 꿈만 같지 않고 정말 "실전"일테니.


식 전 혼인신고를 먼저 하며, 나는 그 수많았던 타이밍과 우연들, 그리고 순탄했던 과정들에 감사를 하며 결혼은 개인의 의지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문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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