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고, 다시 걷는다는 것의 의미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이 난다. 흰머리카락이 군데에 있지만, 깔끔하고 단정하게 다듬어진 머리, 네모난 안경. 휠체어에 타고 계셨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바퀴를 밀었다. 허리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했다. 마주친 눈빛은 단단했다. 보통 허리 수술 후 걷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리지만, 그분은 치료실로 들어서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이 엿보였다. 그러나 나는 갸우뚱했다. 왜, 꼭 두 달? 이유는 직장 때문이었다. 당신의 직업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감각도 많이 떨어졌고, 근육도 다 말라 있었다. 다시 회복하려면 최소 그보다 두 배는 걸릴 터였다. 그러나 그분은 결국 자신이 말한 대로 두 달 만에 일어서고 걸었다. 그저 의지만으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분의 노력과 결심은 분명 대단했다.
첫 치료 날, 환자분께서 소위 "빡세게" 운동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그분의 상태와 컨디션에 맞춰 조절했지만, 정말 강도 높은 운동을 했다. 땀을 흘리면서도 한 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만족해하며, 운동 후에도 활짝 웃었다. 가끔은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당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분의 삶에 대한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나에게는 익숙한 루틴처럼 반복되던 하루하루였지만, 그에게는 하나하나가 간절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단순한 재활이 아니라,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퇴원하는 날, 그분은 내 손을 꼭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잘 울지 않는 나였는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울컥했다. 아마도, 그분의 땀과 노력, 그리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그 감격스러움이 내게도 깊이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삶을 살아간다는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나 역시 내가 이 일을 왜 계속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처럼 보였지만, 그분에게는 하루하루가 절실한 회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내 역할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재활 치료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 함께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어떤 이는 가족을 위해, 어떤 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 또 다른 이는 단순히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다시 걸을 수 있다는 것,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큰 기적이 아닐까.
결국,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서고, 계속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글쓴이의 말
저는 늘 환자의 회복을 돕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환자분들을 통해 저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것은 다시 살아가는 일이며, 다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도 혹시 멈춰 서 있는 순간이 있다면 괜찮습니다.
때로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주 작은 한 걸음이 결국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멈춰 서기도 하지만,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디는 그 용기만큼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의미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