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글을 쓴다.
이곳에 다시 돌아왔다는 말은, 다시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동안 번역보다는 수업에 더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것 같다. 한 대학에 소속되어 독일어자격시험인 B1 시험에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렇다고 번역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번역을 좋아하는 만큼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는 일도 매우 좋아한다. 내가 직접 발견한 책을 번역까지 하게 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다.
독일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카탈로그에 쓰인 간단한 책소개 글이나 아마존에 나와 있는 책소개를 본 뒤 그중 관심이 가는 책들을 독일 출판사에 주문한다. 가끔 주문이 불가능한 책도 있지만 대체로 직접 받아보고 읽어볼 수가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받은 책들이 책장을 꽉 채웠지만 이제는 모두 전자책으로 받으니 태블릿에 차곡차곡 책들이 쌓여도 전혀 무게감이 없다. 그렇게 받아 본 책이 예상과 달리 너무 독일에 한정된 내용이 주를 이루거나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면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검토서를 작성한다. 검토서는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일부분을 발췌번역하여 작가의 문체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우리나라 출판사들에 검토서가 뿌려진다.
내가 작성한 검토서를 보고 출판사들은 그 책을 출간할지 말지 결정하게 되기에 검토서를 작성하면서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 책을 한 권 출간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그렇게 처음에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 책이 하나 있다. 내가 검토서를 작성해서 반응이 꽤 좋았고, 그렇게 몇 출판사가 출간의지를 보였다. 그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저자와의 조율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진행이 멈추었다. 그 사이 그 책에 대한 나의 마음도 식어 갈 때쯤 다시 연락이 왔다. 다시 진행하기로 했단다.
이미 한번 끝까지 열심히 봤던 책이기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 과연 얼마나 가독성 있게 말끔한 문장으로 쓰는지가 중요하다. 다시 번역하기로 마음먹은 뒤로 계약까지 성사되는 데 1년이 걸린 듯하다. 너무 오래 걸리지도 너무 급하지도 않은, 나에게는 번역에 다시 적응하기 딱 적당한 시간이었다. 번역을 기분 좋게 넘기고 출간된 책을 이 자리에서도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