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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어떤 곳도 예외는 없다

by 정의석

1955년 3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900명이 넘는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업체의 우유에서 발견된 포도상구균이 원인이었습니다. 사실을 안 해당 기업의 CEO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공개사과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에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관리팀을 독립부서로 승격시키고 검사의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하며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사건을 발판으로 이 회사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2000년 6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사카에서 구입한 우유를 마시고 구토를 일으켰다는 고객의 항의가 한 업체로 접수된 것입니다. 보건당국은 해당 업체의 오사카 공장에서 생산된 우유 때문에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임상결과를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앞의 사례와는 달리 이 공장은 본사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환자의 수가 6000명이 되었는데도 회사의 경영진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이들은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에둘러 답한 뒤 회견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이후 식중독 환자의 수는 1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과정을 생중계로 본 일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결국 해당 기업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개의 사건 모두 ‘유키지루시 유업’이라는 회사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위기상황이었지만 초동 대처가 어떻게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로 나타났습니다. 실수를 빠르게 인정했을 때는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엄청난 역풍을 맞았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사람이 적은 편입니다. 아마 그 이유는 완벽함을 보이려는 개인의 성향 때문일 수도 아니면 정말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대개 잘못을 인정하면 수치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삼국시대의 군사 사마의는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며 버틴 결과 삼국을 통일한 위나라의 개국공신이 되었습니다. 그는 오장원에서 제갈량이 그를 도발하기 위해 보낸 여자 옷과 장신구를 보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으며 자신의 생각을 지켰고 결국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잘못을 인정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받는 경우가 더 많죠. 앞서 말씀드렸던 유키지루시 유업의 사례처럼 우리는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숨기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전략이 효과를 거두려면 상대방에게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숨겨야 합니다. 공명정대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모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인식을 받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역량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아무래도 정치 지도자일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잘못을 빨리 안정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스스로의 과오를 덮기 바쁜가요? 만약 후자라면 전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지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더 떳떳하면서도 올바르게 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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