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배움에 있어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하나 있습니다. 1995년부터 미국 언론인인 얼 쇼리스가 노숙자, 빈민, 마약중독자, 죄수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클레멘트 코스가 바로 그 사례입니다. 클레멘트 코스의 주요 과목은 철학과 시, 미술사, 논리학, 역사 등을 포함한 인문학입니다. 이 과정은 한국에서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책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면 클레멘트 코스의 학생들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통해 배우며,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합니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 반 고흐의 작품 등을 배우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반성하면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교육과정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노숙자나 빈민이었습니다.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가치는 뿌리 깊은 패배의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과정을 마치고 난 뒤 이들의 모습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죠.
클레멘트 코스를 수료한 사람들의 인생은 대부분 극적으로 바뀝니다. 노숙자가 치과의사나 변호사가 되고, 학대받던 아이가 철학박사나 디자이너가 되기도 하죠. 전과자였던 한 여성이 재활센터의 상담실장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과정을 수료한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거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합니다. 과정을 마쳤음에도 학교에 진학하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착실히 밟아 나가죠.
물론 인문학 공부를 1년 했다고 해서 삶의 질이 근본부터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약 중독자가 어느 순간 벼락부자가 되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의 가치가 평가절하 될 수는 없습니다. 2010년 클레멘트 코스를 졸업한 노마 후아레즈는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바를 다음과 같이 소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미국을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할 수 있는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무조건 원망만 하던 과거와는 달리, 성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클레멘트 코스를 수료한 학생들은 '소크라테스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플라톤이라면 이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거야.’라는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됩니다.
클레멘트 코스를 통해 우리는 ‘배움에는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움을 청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곳에서도 배울 점은 반드시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배움의 목적은 다음의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인문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의 힘은 가난한 자를 더 이상 가난하지 않게 만들고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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