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인터뷰 1
일요일 아침, 싱크대 앞에서 아내는 망설임 없이 준비했다는 듯 거침없게,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집 팔아서 보냈다고 하쥬."
주위에서 아이들을 대학에 어떻게 잘 보냈느냐고 물어볼 때, 어떻게 말하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다.
이건 무슨 뜻이지 하고, 약간은 당황한 듯한 내 표정을 읽었다는 듯 아내는 덧붙여 말한다.
"집 팔아서 교문 앞에 잔디 깔아줬다구유. 그래서 지금은 월세살이 중이다. 질문한 사람마다 의도는 다르겠지만, 결국 내 자랑하는 건데, 굳이 뭐, 그걸 구구절절 얘기할 필요가 있나유?"
이제야 아내가 농담한 줄 알고, 나는 다시 주저주저 묻는다.
"아니.. 저.. 그게 말이지.. 구구절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묻는 사람은 뭔가 아이들 교육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고 싶은 게 아닐까?"
"그야, 해 줄 수는 있지만, 별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거예유. 애들 외할머니가 항상 하던 말이 있어요. 아롱이다롱이라고."
'흠.. 이건 또 무슨.. 아롱이.. 30년 가까이 함께 살았는데, 처음 듣는 얘긴데..'
"같은 배에서 났어도 다 제 각각이라 구유. 아이가 선택하고 오케이 해야 쭉 간다, 이 정도고, 굳이 내가 먼저 강요하지 않았어요."
'아! 그런 건가? 이게 아내의 교육관이었나?'
이내 아내는 마치 증거라도 대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아내는 남녀 아들딸 쌍둥이인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같은 반이었는데, 3학년부터는 다른 반으로 갈라 달라고 학교에 말했다고 한다. 서로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집에 와서 하면 애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어서 배려했다는 거다.
아내는 아이들 특성에 맞게 학원을 다니거나 선택하게 해 준 것, 아들이 중학교에서 여학생들과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해서, 남자 고등학교를 보내고, 딸아이는 한동안 미술 공부를 하다가, 외국어고등학교를 가고 싶어 해서, 아이에게 맞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선택하도록 도왔던 것 등등,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내가 아내를 이렇게 모르고 있었구나!'
꽤 오래전에 아내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어떤 결혼 생활 혹은 어떤 남편을 원하느냐고, 아내는 알콩달콩, 오손도손 살았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
아내는 같은 말도 재미있게 하고, 대화하는 걸 즐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처제에게, 전화로 몇 번을 이야기하고서도 나에게 또 말하기도 한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로 '기승전결', '결론부터', '그래서 어쩌라고'식의 대화가 몸에 배어 있다. 직장밖에서는 대화하기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할 때가 많다. 알콩달콩, 오손도손과 거리가 먼 사무적인 직장인의 모습이 집에서도 그대로다. 이제 그 간극을 좁히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지만, 인터뷰하듯 아내에게 질문을 하면서 아내를 좀 더 알아가보려 한다.
살아오면서 세상과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자연이나 예술 접하고,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러는 사이 아내의 옆자리는 비어있었고, 내가 알고 있는 아내도 매번 보던 그 모습뿐이었다.
아내의 재치와 현명함은 내가 일부러 물어보기 전에는 몰랐던 모습이다.
이제 밖으로 향하던 관심을 조금 더 안으로 돌려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이라는 우주를 탐구해보려 한다.
더 늦기 전에, 이것이 무뚝뚝한 중년의 남편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인터뷰라는 어색한 방법이란 걸 아내가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