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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30. 2023

7. (책임) 들어줘야 할 때와 무시해야 할 때

아이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인지할 때, 여러분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로 다시 주의를 돌릴 수 있다.  _하이퍼 포커스(크리스 베일리)



"으아앙~ 으아앙~ 으아앙”


대형 마트 매장 안 저만치에서 네 살 아들 건이 보란 듯이 울면서 서 있습니다. 딱 봐도 억지로 우는 흉내를 낸다는 걸 알게 하는 모습입니다. 표정을 찡그리며 울면서 곁눈질로 아빠의 반응을 살피고 있습니다. 아들이 서 있는 배경은 장난감이 잔뜩 진열된 장난감 코너입니다. 아들은 잠깐 울다가 눈치를 살피고는 이내 울음을 멈춥니다.


대형 마트에 가면 쌍둥이는 부모가 쇼핑하는 동안 장난감 매장을 구경합니다. 쌍둥이는 그 재미로 쇼핑에 따라나섭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서너 살 무렵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렇게 떼쓰기를 한두 번 정도는 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거짓 울음이나 심한 떼쓰기에 진다면, 울음과 떼쓰기는 아이의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부모는 이때부터 아이에게 끌려다닙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의 시종 노릇을 하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때와 무시해야 할 때를 구별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요구하는 걸 하나라도 더 들어주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들어주고 안 들어주고는, 아이가 어떤 수단을 가지고 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떼쓰기와 울음처럼 비언어적인 위협의 몸짓이나 언어로 요구할 때 부모가 들어주기 시작한다면, 아이는 이 수단을 계속 이용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심하게 떼를 쓸 때, 창피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서둘러 수습하고 싶습니다.


이런 순간에 부모가 냉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한두 번으로 끝날 아이의 떼쓰기와 울음은 계속됩니다. 떼쓰기와 울음으로 자신이 요구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아는 순간부터 강도는 점점 더 세지고 부모는 더 난처해집니다. 주도권을 놓친 부모는 전전긍긍하면서 끌려다닙니다.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때론 냉정하게 그러나 다정함을 잃지 않고 대해야 합니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욕구나 욕망에 공감해 주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ㅣ 아이의 요구를 들어줄 때와 장소를 정한다 ㅣ


그러면 요구를 들어주어야 할 때는 언제일까요?

쌍둥이와 놀이공원과 같은 곳에 나들이 갈 때는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씩 사줬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갖는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갖는다는 건 '풍요로움'을 경험하는 순간입니다. 풍요로움의 반대는 결핍입니다. 결핍이 채워지지 않으면 감정이나 행동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채워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채워지지 않는 것을 무의식 중에 스스로 채우기 위해 대용물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장난감이나 인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론 아이들은 특별한 물건에 애착을 느끼기도 한다. 아들은 유아기 때부터 써온 모포에 애착이 있었습니다. 대여섯 살까지 모포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어디든 지니고 다녔습니다. 쌍둥이 중 좀 더 예민한 성향의 아들에게는 그것이 어느 정도 심리적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자기 욕구나 욕망을 채워 줄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구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이런 욕망을 적절하게 요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채워지도록 배려하면 좋습니다.


 무시하기는 인내와 설명이 필요하다


아이가 떼를 쓰며 요구할 때는 '무시하기'를 연습하는 순간입니다. 원한다고 원할 때마다,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가질 수 없다는 걸 배우는 시간입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는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아니에요. 오늘은 장난감은 안 돼요. 왜냐하면 오늘 마트에 온 건 우리가 먹을 걸 사러 왔기 때문이에요. 장난감을 살 계획은 없어요. 그래서 안 돼요."


아이가 말을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안 되는 이유나 설명을 덧붙이면 더 좋습니다. 아이에게 설명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란 없습니다. 아이를 부모인 나와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하게에 너무 이른 나이도 없습니다.


"건이가 지금 장난감을 갖고 싶구나, 그런데 어쩌지 오늘은 장난감을 살 돈을 안 가져와서 살 수 없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서너 살 아이가 마트에서 큰 소리로 운다든지 바닥에 드러누우면서 마구잡이로 떼를 쓸 때 이렇게 말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 되는 건 분명하게 안 된다는 것과 떼를 쓰거나 울면 더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위에 조금은 폐를 끼치더라도 아이가 떼를 쓰거나 거짓 울음을 무기로 삼을 때 무시하고 어느 정도 방치하는 냉정함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 설득하게 한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대응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아이가 네다섯 살이 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아이도 떼를 쓰기보다 자기주장을 가지고 요구합니다. 이때부터는 아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때 가끔 들어주면 좋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말하고, 이유가 분명하면 부모가 들어준다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아이는 이때부터 부모를 설득할 논리와 이유를 찾습니다. 그런 논리와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고, 타당한 근거가 없다면 가질 수 없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절제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학교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유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해야 합니다. 아이는 설득을 위해 지식이나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체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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