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완벽한 공부'라는 책에 나온 얘긴데 '임계점'을 넘기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하기 싫은 마음을 참고 조금 더 집중하다 보면, 정말 몰입이 돼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잘 견뎌서 그런 상태에만 들어가면 이젠 공부가 그 무엇보다 즐겁지 않을까 해요.
셋째, 한 번에 많이 하기보다 '꾸준하게 하기'가 훨씬 중요하고, 습관이 되면 쉬워지는 듯해요.
아빠는 요즘 새벽에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신 후에 감사기도, 주기도문 낭송, 하루 1장 글쓰기, 책 읽기, 아침 운동... 이런 '루틴'이 생겼어요. 아빠는 이제 새벽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어요. 감사기도나 기도문 암송을 1년 정도 해서 생긴 습관에, 글쓰기나 책 읽기 습관을 덧붙였더니 마음이 안정돼서 그런지 쉽고 재미있어졌어요.
넷째, 컨디션도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을 때 1시간이 나쁠 때 3시간보다 훨씬 집중도 잘되고 진도도 잘 나가요. 컨디션을 좋게 하는 휴식, 음식, 운동을 적절하게 찾는다면, 적은 노력으로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어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과감하게 푹 쉬고 일찍 자는 것도 지혜라 생각돼요.
마무리할게요. 이번 주에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저자는 한동일 교수라는 분인데,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Rota Romana) 변호사,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이래,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라는 엄청난 수식어가 붙은 굉장한 분이에요.
공부를 엄청나게 잘했기 때문에 공부를 원래 잘하는 분이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분은 30년 동안 공부를 해오면서 "단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라는 고백을 들려줘요. 그리고 지금은 공부의 기쁨을 알려주시고, 공부에 지치고 힘들어서 인생의 갈피는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위로와 위안을 주는 역할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사신다고 해요.
아빠는 공부는 원래 힘든 거라는 말에 위안을 얻었어요. 한동일 교수님의 이런 말들도 기억에 남아요.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 언젠가는 나타난다.'
'매일의 습관으로 쌓인 공부가 그 사람의 미래가 됩니다.'
'공부를 항상 열심히 할 수만은 없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습니다. (...) 그리고 가장 좋은 건 꾸준히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겁니다.'
건과 수도 공부가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이기도 해요. 생각하고 표현하는 실질적인 교육보다는 암기하고 문제 풀이를 하는 교육, 지독한 경쟁으로 누구보다 잘해야만 하는 상대평가의 부담을 주는 교육, 시험 한두 번, 문제 한두 개를 더 맞고 덜 맞고로 대학교가 달라지고, 인생이 좌우될 것 같은 불안감을 주는 교육. 이런 교육제도가 건과 수는 물론 수많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한동일 교수님은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학생들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 보. 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 보. 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잘한다' 이상으로만 평가하는 유럽 대학의 절대평가 방식을 경험하고 들려주는 얘기예요. 그만큼 우리나라 교육방식은 치열한 경쟁으로 학생들을 힘들게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건과 수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건과 수는 어떤 꿈이 있나요? 건과 수에게 공부가 목표가 아닌 꿈을 이루는데 그저 방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공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공부 그 자체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아직 잘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면서 인생의 참기쁨을 느낀다고 해요, 아빠도 나머지 인생을 공부와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말로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