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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Sep 26. 2023

6. (자유) 등을 보고 자란다

새벽 공부와 한 문장

성공을 향한 첫걸음은 꿈이 아니라 행동이다.  _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장원청)



아내가 제가 쓴 글들 보고 한 말은 “모두 자기 자랑이네...”입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그런 자랑의 정점을 찍을 듯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한 어느 날 새벽입니다. 저는 국가기술자격시험 준비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책상 높이보다도 키가 작은 세 살 딸 수가 뒤뚱거리며 책상 옆에 조용히 다가와 있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책상 위를 올려다보려 노력합니다.


저는 그때,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무슨 말인가를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딸은 잠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다가, 이내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딸은 새벽에 가끔 찾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어둑한 거실 모퉁이에 책을 펼쳐 들고 앉아 있는 딸을 발견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책의 글씨가 잘 안 보일 듯했습니다.


딸의 책에 대한 호기심이 그때 생긴 듯합니다. 지금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이 그때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서 시작되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ㅣ 아이는 등을 보고 자란다


치열하게 일하고 독하게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쌍둥이가 네 살 되던 해에 본사에 발령받았습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 참 손이 많이 가는 시기에 주말에 회사를 나가는 날도 많았습니다.


퇴근하면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독서실에 갔습니다. 아이 양육에 바쁜 시기에 저를 이해해 준 아내가 고맙습니다. 쌍둥이에게는 공부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시기입니다. 결국 5년 정도 공부 끝에 아이들이 여섯 살이 되는 해에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때 국가기술자격시험에 100% 합격하는 비결이라고 학원 강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100% 합격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아이는 아빠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쌍둥이를 서울대에 보낸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이 한마디로 대답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제가 한 게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학습을 직접 지도하거나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아버지도 많습니다. 저는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가장으로서 제 역할은 쌍둥이가 배우고 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평소에 공부하고 성실하게 제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쌍둥이가 보고 배운다면 다행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배움이란, 부모가 아이에게 베풀고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보고 느끼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은 한 문장으로 남다


제 글에는 한두 개의 인용 문장을 싣고 있습니다. 이 문장은 제가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문장을 추린 것입니다. 블로그에 100여 편의 서평을 한 문장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쌓아 왔고, 그 문장들에서 가져왔습니다.


책은 주로 주말에 쌍둥이를 학원에 태워다 주고, 끝나기를 기다리는 서너 시간 동안 카페에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공부를 함께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쌍둥이가 공부하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하고 행복했습니다. 학원 앞 카페에서 쌍둥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책 속 문장들이 가슴에 새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기를 원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자기만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물고기 잡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함께 하다 보면 터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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