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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05. 2023

생각

1차 생각과 2차 생각

우리는 '적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제일까?

생각은 지우려 해도 지울 수가 없는 대표적인 '분홍 코끼리'입니다.

코끼리의 문제로써 '생각'을 다뤄봅니다.


"통념과 달리 많은 증거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적게 생각한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우리가 얼마나 생각하고 있나'를 생각하는 순간일 것이다."

       _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블랙 스완)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위와 같이 생각에 대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사고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위라는 점을 상기하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살아있는 한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생각이란 적게 혹은 많이 하느냐 보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나심 탈레브가 쓴 단어 '생각'은 '사고(思考)' 즉 어떤 것에 대해 이성적이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사고하려면 '사고가 아닌 생각'을 덜해야 합니다.


'사고가 아닌 생각'은 무엇일까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도움을 받아봅니다.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생각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시스템 1'은 고삐 풀린 충동에 휘둘리는 생각, '시스템 2'는 이성적 논리적하는 생각(사고)입니다.


나심 탈레브가 말하는 생각은 '사고(思考)'이고 시스템 2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시간과 에너지가 더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떤(what)' 생각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how)' 생각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다룰 코끼리는 '사고'가 아니라 '생각'입니다. 즉 나심 탈레브의 생각(사고)이 아니라, 대니얼 커너먼의 '시스템 1', 고삐 풀린 충동에 가까운 생각이다.


대니얼 커너먼이 1, 2로 나누었으니, '시스템 1'에 해당하는 생각도 1, 2로 구분해 봅니다.

생각의 동전 한쪽 면은 '1차 생각', 다른 한쪽 면은 '2차 생각'입니다.


1차 생각은 직접적인 생각, 2차 생각은 간접적인 생각입니다. 

1차 생각은 내가 직접 보도 듣고 경험한 것에 해당합니다. 

2차 생각은 1차 생각에 대한 나의 해석과 반응입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그는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1차 생각일까? 2차 생각일까?


2차 생각은 뇌과학과 진화론 관점에서 보면 타인보다는 자기중심,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치우칩니다. 이것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2차 생각은 모호하고 확신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인간의 괴로움 중 하나는 결정하지 못했을 때 생깁니다. 확실하지 않은데 자기중심적이고 부정적으로 흐르도록 방치하면 시간과 에너지는 낭비됩니다.


2차 생각이 부정적으로 치우치곤 한다면, 이런 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에 언급한 두 전문가로부터 찾아봅니다.


나심 탈레브가 말한 '생각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는 순간'을 이용해 봅니다. '내가 쓸데없는 추정이나 가정 혹은 상상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구나'하고 알아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내 생각을 주시하는 것을 '메타 인지'라고도 합니다.


대니얼 카너먼 '시스템 1'의 충동에 휘둘리는 것에 대한 대책으로 말한 것 중 하나 '체크리스트'입니다. 핑을 나가기 전에 작성한 간단한 쇼핑 목록이나, 어떤 시설의 안전 확인하기 위한 점검 항목을 적어 놓은 종이도 체크리스트입니다.


생각에 대한 체크리스트는 내 생각이 합리적인지에 대해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저 내 생각을 글로 써보는 것도 체크리스트에 해당합니다.


생각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때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빠름의 반대는 느림입니다. 체크리스트로 확인하거나 글로 쓴다는 것은 빠름을 느림으로 꾼다는 의미입니다.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의 관한 생각>>의 영문 원제는 <<Thinking, Fast and Slow>>입니다. 두 제목 모두 의미 심장합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야만 '시스템 1'을 극복하고 '시스템 2'로 이성적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Slow Thinking'해야 다.


우리는 생각(사고) 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부정적인 (2차) 생각에 빠져 있어서 사고(시스템 2)하기도 전에 소진되고 있지는 않은가?


* 사고(思考):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PS.

1차 생각과 2차 생각을 간단히 구분하는 방법 한 가지를 추가합니다.

1차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생각, 2차 생각은 '과거나 미래'로 정처 없이 달려가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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