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나들이 가는 차 안에서 스무고개나 끝말잇기 게임을 했습니다. 스무고개는 문제를 내는 사람이 속으로만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를 맞히는 사람은 돌아가면서 하나씩 질문을 합니다. 문제를 낸 사람은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 중 하나만을 대답할 수 있습니다.
"동물인가요?"
"아니오."
"그럼 식물인가요?"
"예"
"크기가 큰가요?"
"아니오."
"무슨 색깔인가요?"
"......"
"이제, 열여섯 고개 남았어요."
ㅣ 스무고개로 범주화와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 ㅣ
쌍둥이가 여섯 살 무렵에는 제법 제대로 스무고개 문제를 내고 맞혔습니다.
이 게임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실수도 많이 합니다. 이 게임을 통해 아이는 '범주화'라는 개념을 배웁니다. 식물, 동물, 생물, 무생물 등과 같은 큰 범주에 해당하는 질문을 하고 범위를 점점 좁혀갑니다.
질문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예'나 ’아니오‘라는 대답만 듣고 답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답을 찾는 과정이 순차적입니다. 스무고개는 문제를 내는 사람은 대답하는 방법도 알게 됩니다. "무슨 색깔인가요?"와 같은 질문처럼 ‘예’나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다면 생각해 보고, 대답해야 할 지 말 지 판단해야 합니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상을 합니다. "그건 크기가 큰가요?"라는 질문에는 '냉장고'나 '선풍기'처럼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것은 판단 기준도 생각해야 합니다.
스무고개는 질문할 기회가 스무 번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무고개는 다양한 교육효과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공부 기회가 되면서, 보드게임과 마찬가지로, '이건 공부다'라는 부담을 갖지 않고, 즐기는 동안 사물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고 질문과 답의 규칙을 익힙니다.
끝말잇기도 아이와 하기 좋은 놀이입니다. 끝말잇기는 순발력을 키우면서, 단어를 익히고 학습 욕구를 자극합니다.
ㅣ 가족의 성향이 학습 분위기를 만든다 ㅣ
스무고개나 끝말잇기는 주로 나들이 가는 차 안에서 합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건 아내의 취향도 한몫했습니다. 차로 이동할 때 대부분 라디오나 음악을 듣습니다. 저는 라디오나 음악을 듣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정신 사납다’라는 이유로 음악 듣는 걸 싫어합니다. 그러니 차로 이동하는 동안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이런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아내는 스무고개나 끝말잇기 게임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쌍둥이가 하자고 해도 아내는 절대 호응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네 식구가 하면 2:2로 편을 먹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아내는 절대로 보드게임을 포함해서 게임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즐거움보다, 엄마로서의 권위를 지키는 걸 선택한 듯합니다.
모든 아이가 보드게임, 스무고개, 끝말잇기 같은 게임 혹은 놀이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는 이런 게임을 지겨워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쌍둥이였기 때문입니다.
쌍둥이는 알게 모르게 경쟁심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형제자매 간에도 당연히 이런 경쟁심은 있지만, 대개 손 위아래 서열에 따라 보이지 않는 특권 의식을 갖습니다. 형이라면 어린 마음에 동생에게 게임에 지는 것에 낙담하거나 좌절감을 느껴서 다른 방법으로 동생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유년기의 아이들은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 민감합니다. 여린 마음에 상처받거나 낙담하면서 받아들이기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쌍둥이는 서로 동등하게 생각하는 성향이어서 게임을 하더라도 무리 없이 선의의 경쟁이 가능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1분 40초 먼저 태어난 오빠인 건이 보통의 남자아이보다 온순하고 배려심이 많았습니다. 부모도 쌍둥이를 동등하게 대우했기 때문에, 동생인 딸 수도 아들 건에 대해 오빠라는 의식을 별로 하지 않고 지냅니다.
부모로서 "오빠이니까 이러이러해야 한다" 혹은 "동생이니 네가 이러이러해야 한다"와 같은 말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서열 때문에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 낸 사회적 관습일 뿐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게임은 서로 동등하다는 걸 인정할 때 함께 할 수 있습니다.
ㅣ 유년기에 건전한 게임은 언어 감성을 높인다 ㅣ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게임처럼, 게임이 공부처럼 스며들도록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보드게임, 스무고개, 끝말잇기 등의 건전한 게임은 아이들에게 공부이라는 부담감을 주지 않고서, 언어와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학습 효과가 큽니다. 언어와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끕니다.
딸은 어느 순간부터 사자성어를 호기심을 갖고 공부했습니다. 또래 친구들보다 사자성어를 훨씬 많이 알게 되어,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칭찬받는 수준이었습니다. 대학생인 지금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수준급으로 구사합니다. 딸의 언어 감각은 스무고개와 같은 게임으로 키운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한몫한 듯합니다.
아들 건은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간단한 보드게임의 규칙은 매뉴얼을 보면서 게임을 진행했습다. 이런 경험이 한글 독해력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