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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르마이 Oct 07. 2023

<에피소드 3> 인사봇의 일상

#1 인사봇


가족에게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하면 좋다는 걸 봤어요.


출근할 때마다 '감사합니다'하고 꾸벅 인사했어요.

하루도 안 거르고.


1년쯤 인사를 했어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했어요.

'변화를 줘야 해'


다시 1년을 출근하면서 '사랑합니다'하고 꾸벅 인사했어요.

하루도 안 거르고.


효과가 있었는지, 마침내 아내에게 반응이 나왔어요.


"그려.. 인사봇"


인사봇은 실망하지 않았어요.


곧 업그레이드했거든요.

스마일 기능을 장착한 거죠.

스스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인사봇은 생각했어요.

'감정 기능도 필요한가 봐...'



#2 사랑하는 법을 모르다


아침 출근길, 아내에게 매일 던지는 인사말


"사랑합니다 앙~~."


아내는


"뻥치지 마!"


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모르겠다'



#3 잘 잤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계적으로 멘트를 날린다.


"잘 잤나요? 사랑하는 뷰티풀 신은영?"


가끔 아침에 잠이 덜 깨서 말하려니

발음이 꼬이기도 한다.


"잘 장나용? 사랑하는 부티퓰 신은엉?"


이때 아내 반응은


"외워서 하려니 힘들지!"



#4 차면 넘친다


토요일 아침

아내와 마주한 식탁


컵을 바라보다가

엉뚱한 말 던지기


"차면 넘친다"


아내가 가차 없이 응수한다.


"그릇이 작으니 넘치지"


마저 정리해 준다.


"헛소리 말고, 그릇이나 키. 워.!"


이게 항상 궁금하다.

매일 책을 읽는 나보다

책이라고는

일 년에 추리소설 몇 권 밖에는 안 읽는 아내가

어떻게 인생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아는 걸까?


이건 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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