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사봇
가족에게도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하면 좋다는 걸 봤어요.
출근할 때마다 '감사합니다'하고 꾸벅 인사했어요.
하루도 안 거르고.
1년쯤 인사를 했어요.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생각했어요.
'변화를 줘야 해'
다시 1년을 출근하면서 '사랑합니다'하고 꾸벅 인사했어요.
하루도 안 거르고.
효과가 있었는지, 마침내 아내에게 반응이 나왔어요.
"그려.. 인사봇"
인사봇은 실망하지 않았어요.
곧 업그레이드했거든요.
스마일 기능을 장착한 거죠.
스스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인사봇은 생각했어요.
'감정 기능도 필요한가 봐...'
#2 사랑하는 법을 모르다
아침 출근길, 아내에게 매일 던지는 인사말
"사랑합니다 앙~~."
아내는
"뻥치지 마!"
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모르겠다'
#3 잘 잤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기계적으로 멘트를 날린다.
"잘 잤나요? 사랑하는 뷰티풀 신은영?"
가끔 아침에 잠이 덜 깨서 말하려니
발음이 꼬이기도 한다.
"잘 장나용? 사랑하는 부티퓰 신은엉?"
이때 아내 반응은
"외워서 하려니 힘들지!"
#4 차면 넘친다
토요일 아침
아내와 마주한 식탁
컵을 바라보다가
엉뚱한 말 던지기
"차면 넘친다"
아내가 가차 없이 응수한다.
"그릇이 작으니 넘치지"
마저 정리해 준다.
"헛소리 말고, 그릇이나 키. 워.!"
이게 항상 궁금하다.
매일 책을 읽는 나보다
책이라고는
일 년에 추리소설 몇 권 밖에는 안 읽는 아내가
어떻게 인생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아는 걸까?
이건 좀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