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워터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탁 트인 물, 즉 오픈워터(open water)에서 수영하는 것은 그동안 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네모난 풀장 물 안에서야 수심도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시야도 탁 트였으며 여차하면 나를 구해줄 라이프가드도 곳곳에 있는데, 오픈워터에서 수영하는 것이란 일단 파도나 물살을 이겨내야 하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며, 수심도 얕다고 생각했다가는 어느덧 확 깊어져 버리는 변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 수영, 한강 수영은 아무리 수영인이라 할지라도 물에 대한 무서움을 아는 사람은 쉽사리 도전할 마음이 들지 않는 영역이다.

그런 오픈워터 수영에 처음으로 도전해보게 된 것은 주변 수영인의 양도 덕분이었다. 한강크로스스위밍 챌린지에 도전해 보고자 신청해 뒀는데, 우천으로 인해 계속 연기가 되어 일정이 맞지 않게 되어 양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양도권을 가지고 예전부터 궁금했던 한강 물에 몸을 담궈 보기로 했던 것이다.

경기 당일은 다행히도 햇빛이 강하지 않았던 가운데—햇빛이 너무 강하면 살이 타니 말이다!—다소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경품 추첨을 하고, 다 같이 체조를 하고 입수하니, 경기라기보다는 모두가 한강 물에 몸을 담궈 보는 즐거운 놀이마당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한강 물에 발을 담궈 보니 생각보다는 차가웠으나, 지급된 풀부이를 안듯이 하여 목 아래 받치고 발차기로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곧 수온에 적응이 되었다.

발차기만 하던 중 그래도 수영을 해 볼까 싶어 고개까지 한강 물에 푹 넣어 보니 역시나 시야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나—옆에 있던 한 참가자는 물속이 너무 탁해서 수경에 비친 자기 눈을 처음 봤다고까지 했다—그래도 물 맛은—굳이 마시고 싶진 않았지만 수영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호흡기로 들어오는 물이 있지 않은가—썩 나쁘지는 않았다. 한강 물이 시야는 혼탁하나 맛은 괜찮다더니, 역시 듣던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야가 이렇게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 이곳에 누군가 빠진다면 그 누군가를 잘 찾지 못하겠다는 느낌도 들어서, 역시 오픈워터에서 사람을 구하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 싶어졌다.

그렇게 계속 가다 보니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전방 주시가 어려우므로 아무래도 배영은 라이프가드 분들이 제지하는 분위기였기에 발차기, 자유형, 헤드업 자유형을 번갈아 가며 반환점을 돌았다. 오픈워터다 보니 물살이 찰랑이기는 했지만 크게 유속이 센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계속 천천히 발차기를 하며 사람들을 구경하다 보니, 맨 마지막에 다다라서 골인 지점을 조금 남겨두고는 무려 접영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여성분도 있었다.

그렇게 도착하여 한강 물을 살짝 털어내며 걸어가자니, 골인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이프가드 분들이 수고했다며 완영 메달을 목에 걸어주었다. 완영한 모두가 금메달이니만큼 금빛으로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걸어 보자니, 거의 발차기만 하다시피 완영했어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완영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백발의 할아버지도 있고, 용감하게 한강 물에 입수하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서로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자연을 헤치고 돌아온 우리 모두가 승리자인 그런 경기. 그것이 오픈워터 경기의 묘미이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