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윈드(Second Wind)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나보고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느냐고 묻는 주변인들도 있다. 물론 그들 말대로 뛰다 보면, 또는 계속 수영하다 보면 너무 숨이 가빠서 더는 계속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가 있다. 그러나—그렇게 하기가 극히 어렵지만—그 순간에 계속 하던 활동을 지속해서 그 순간을 넘기면 세컨드 윈드가 찾아온다. Second wind, 두 번째 바람이라는 이 선선한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현상은 숨이 가쁘다가도 딱히 활동을 멈춘 것도 아닌데 다시 숨이 쉬어지고 신체가 안정을 찾는 현상을 말한다. 유산소 운동을 하다가 임계점을 넘기면 뇌에서 통증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이 나와서 신체가 활력을 되찾는 것이라고도 하니,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뛰다 보면, 또는 수영하다 보면 피곤을 잊고 나아진다라고 말하면, 그건 뇌가 도파민에 절여지는 거라고 부상에 항상 조심하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도파민, 그렇다. 도파민이란 원래 그렇게 격하고 힘든 신체 활동을 한 다음에야 소량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곳은 도파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활동들이 넘쳐난다. 당장 손을 뻗어 핸드폰만 열어도 전자 화면이 번쩍거리며 우리 뇌에 자극을 보낸다. 자극적인 화면들과 내용들로, 우리로서는 그다지 노력하지 않았는데도—큰 신체 활동 없이 침대에 누워 손가락과 눈만 놀렸는데도—도파민이라는 큰 보상이 나오니, 그간 뇌에 입력되어 있었던 보상 체계가 무너진다. 우리 뇌는 영리해서, 조금이라도 적은 투자로 도파민이라는 최대 효율을 얻으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힘든 운동으로 도파민을 얻기보다, 자리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며 도파민을 얻는 것이 너무나도 효율적이기에 당연히 뇌로서는 후자를 점점 추구하게 된다. 마치 과거에는 현미밥을 꼭꼭 씹어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만 했다면, 지금은 정제된 탄수화물이 별로 소화할 것도 없이 급속도로 몸에 제공되는 느낌이겠다.

정말로 우리의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이 도파민 추구뿐이라면, 그렇다, 짧고 쉬운 자극 추구는 너무나도 효율적인 도파민 제공처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본디 도파민은 열심히 노력해야만 그 보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힘겹게 러닝한 다음 시원한 물을 마시며 오늘도 해냈다는 데에서 오는 성취감.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내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전자기기를 샀을 때의 뿌듯함. 매일같이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공부한 끝에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짜릿함. 그런 일상의 부지런함과 꾸준함이 모여 어떠한 결과를 냈을 때—그것이 가시적인 성과이든 비가시적인 감정적 이득이든—비로소 나오는 것이 도파민이다. 그러니까, 그래, 맞는 길로 가고 있어. 계속 그리로 가면 돼, 하고 노력하는 이의 등을 밀어 주는 것이 도파민이렷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다 할 노력 없이 너무 쉽게 도파민이 나와 버린다면 뇌는 그런 짧고 빠른 보상 체계에 익숙해져 버리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급함을 느껴 지레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도파민 과다로 무감각해진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못하게 되고, 끈기 있게 집중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고 한다. 일단 뇌의 보상 체계가 그렇게 잡혀 버리면 힘들게 운동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어쩌면, 인생은 이러나저러나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어느 방향으로 힘들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힘든 운동을 하되 원하는 성과를 이룩해 뿌듯함을 느낄지, 당장은 쉬워 보이는 길을 택해 자리에 누워 핸드폰을 보며 쉬다가 나중에 약해진 몸으로 힘들어할지는 모두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선택한다는 것은 나머지 하나를 버린다는 말이다. 우리의 뇌는 언제나 도파민을 추구하고자 하는 습성이 있고, 그 습성으로 인해 우리는 무언가를 하게 된다. 그 무언가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는 우리의 몫이렷다.




어느덧 10회를 맞이한 《번역가의 수영 일지 IV》는 한 달간의 재정비 기간을 거쳐 12월 11일 목요일 오전 11시에 《번역가의 수영 일지 V》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도 건강하시기를 바라면서, 겨울의 한복판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