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축적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이 무게를 여성분이 드는 건 못 봤어요."

이두박근 운동이라며 내게 점진적으로 더 무거운 덤벨을 들게 한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이었다. 그러자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면 저한테는 왜 들게 하신 건가요...! 옆에서 같이 덤벨 운동을 하던 중년 남성의 회원님은 이제 여자가 아니라 철인이네, 철인, 하며 혀를 내둘렀다.

사람들과 말을 해 보면 세간에는 운동을 하면 어떻게 된다, 라는 두려움들이 있는 듯하다. 수영을 하면 어깨가 넓어진다더라. 크로스핏은 허리가 통나무처럼 돼서 여자가 할 만한 운동이 아니라더라. 스쿼트는 허벅지가 두꺼워진다더라, 등등. 일견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정말 두려워하는 그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피나는 노력을 해서, 근육을 매번 찢으며 근육통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는 밤들이 몇 년간은 이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으로 운동하는 것으로는 그 원하는—두려워하는—효과를 결코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소위 "날씬한 몸"(이라고 적고 근육과 지방이 둘 다 없는 몸이라고 읽는 몸)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근력 운동에 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만일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근력 운동을 해낸다고 하면, 근력 운동의 건강상의 이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근력으로 혈당이 안정화되며, 기초대사량이 올라가서 같은 활동을 했을 때 지방이 더욱 빠르게 연소되게 된다. 신체적인 효과에 국한되지 않고, 직접 겪은 심리적인 효과로 들어가 보자면, 일단 지하철을 이용할 때 계단을 올라갈 때도 자신감이 생긴다. 근력 운동을 하기 전에는 높은 계단에 겁부터 먹었다면, 근력 운동을 하고 나서는 내가 런지를 몇 개 했는데, 하며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두 칸씩 성큼성큼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거운 덤벨을 들어 펌핑된 팔로는 단체로 카페를 갔을 때 음료가 몇 잔이고 실린 쟁반을 자신감 있게 들어올릴 수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날에도 빈 자리를 나보다 힘든 사람에게 양보할 수도 있게 된다. 이 모든 배려와 여유가, 체력에서, 그 체력을 만들어 준 근력 운동에서 나온 것이다.

흔히들 수영은 유산소 운동, 헬스는 무산소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그렇게 종목별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수영 역시도 정말 열심히 한다면—하기 싫은 인터벌 훈련도 하면서 숨이 턱 끝까지 차는 경험을 한다면—근력이 발달되기도 한다(수영을 점점 더 열심히 하던 시절 친구들이 발달된 나의 삼두를 만져 보고 단체로 놀란 적이 있었다!). 반면에 헬스를 하더라도 근력 운동은 말고 트레드밀만 이용한다면 유산소 운동이 될 수가 있다. 물론, 수영을 해서 헬스의 근력 운동을 한 만큼의 울퉁불퉁 멋진 몸매를 가진 토마토가 되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어떤 운동이든 개인이 적절히 무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근육도 발달되고 체지방도 감량되어 탄탄하고도 슬림한 몸매를 가진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하나 실은, 그런 몸을 가지게 된다면, 몸매보다도 그동안 환골탈태한 자신의 마인드셋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술잔을 기울이는 대신 수영장으로 향하는 습관.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들어가 오늘도 정해진 달리기를 해내는 습관. 운동하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다 보니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게 된 습관. 그런 습관들이 하나씩 늘어가다 보면 이제 이전의 자신과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발짝 한 발짝씩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는 느낌. 힘들지만, 쓰지만, 바람직한 쪽으로 나아가는 느낌. 그 뿌듯함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