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루틴으로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3월에 마라톤을 하기 위해, 현재의 체중으로는 뛰면 무릎이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정형외과에서 충격파 치료를 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요새는 체중 감량을 위해 식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 때가 있잖은가, 오늘만큼은 정제된 탄수화물과 단 것을 먹고 싶다는 열망이 들 때가. 튀긴 치킨에 매운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때가. 그래서 정 참지 못해서 그런 음식들을 먹었다고 치자.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이 남는다. 기왕에 버린 몸(?), 지금 끼니를 기점으로 오늘 완전 마음 놓고 먹어서 식단을 완전히 망쳐 버리든가, 아니면, 현재는 조금 비-건강한 식단을 먹었지만, 그것에 무너지지 않고 다음 끼니부터 다시 조절하여 그래도 감당 가능한 유지 상태를 만들든가.

물론 후자가 회복 탄력성이 큰 선택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는 있지만, 정제 탄수화물이 주는 슈가 러쉬와 식단을 망쳤다는 자조감 속에서 후자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도 다이어트는 망했어, 다음을 노리자. 그냥 다 먹어버리자. 무슨 다이어트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영영 다음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하나의 끼니에서, 하루 식단에서 좌절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루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전에 먹었던 것을 생각해서 덜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없이, 그대로 그 많이 먹은 끼니를 머릿속에서 생략하고서 내가 구축했던 루틴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어차피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넘어져서 영영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는, 넘어진 다음 바로 일어나서 걸어가기라도, 아니 기어가기라도 하는 것이 낫다. 그 편이 조금이라도 멀리 가 있는 것이다.

만일 두 달을 다이어트 기간으로 잡았다면, 생각보다 두 달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갑작스러운 약속들과, 잊고 있었던 누군가의 생일 파티는 또 얼마나 많으며, 특히 연말연시가 다가올수록 송년회와 신년회는 얼마나 많은가. 그때마다 술 한두 잔, 칼로리 높은 음식 한두 번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때마다 실패했다고 슬퍼하고, 주저앉는다면, 두 달 동안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할 때마다 주저앉기보다는 일어나서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두 달 동안 내가 좌절한 것보다는 더 앞으로 나아가 있을지도 모른다. 두 달 전에 다이어트를 공표하고, 두 달 후에 그 목표를 완벽히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나아가 있는 사람은 언행일치라는 면에서 얼마나 멋진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두 달은 가고, 무엇도 하지 않아도 똑같이 두 달은 간다. 그 주어진 시간 동안 주저앉기를 택할 것인지, 조금이라도 나아가기를 택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