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적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MBTI 중에서 괜히 지난날을 회고하며 창피해서 이불킥을 하는 성격이 있다고 한다. 전에는 나도 그런 쪽에 속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에 연속성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제 아무리 창피한 일을—창피하다는 개념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다—저질렀을지라도,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오늘을 당당히 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이유에는 역시, 나의 경우에는, 운동이 단단히 한몫을 해준 것 같다. 운동을 하는 중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다량으로 분비된다고 한다—왜 안 그렇겠는가, 누가 운동을 즐거워서 하겠는가! 다들 하기 싫고 힘든 것이 운동이다. 그러나 그 하기 싫은 것을 참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이것은 어디까지나 불합리한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참으라는 말이 아니라 운동에 한정된 말임을 밝혀둔다—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코르티솔이 분비되지 않아, 해당 상황을 스트레스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어디선가 들었다. 다시 말해, 운동으로 뇌 구조가 바뀐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잠깐씩 운동 후에 행하는 명상은 또 어떤가. 근육통으로 아린 몸을 샤워기 물살에 맡기고 잠시 눈을 감고 오늘에 감사하는 이 짧은 1분 내외의 시간으로 점차 마음이 안정되어감을 느낀다. 명상이라고 해봤자 별것은 없다. 그저 오늘도 무사히 운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무사히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내 몸이 움직이고 내 주변인들이 존재하고, 내가 사랑하고 돌볼 존재들이 있음에 감사하는 것. 그런 생각들을 하고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갈 힘이 샘솟는다.

이렇게 어제의 기분 가라앉음을 오늘로 끌고 오지 않고, 어제의 스트레스와는 단절하여 새로운 오늘을 살다 보면 왠지 산뜻하고 짐을 지지 않아 가벼운 기분이 든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물론 어제 했던 일을, 과거에 했던 일을 단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과거에 어떤 일을 저질렀느냐(?)보다, 그 과거의 일을 옳은 일로 만들어가는 현재의 적극적인 행동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 선택을 잘하려고 선택 자체에 무한한 에너지를 쓴다. 이 선택이 맞는 것인가,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것일까, 하고. 그러다 보면 선택 자체에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여 선택 이후의 행동에 들일 에너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일단 선택해 버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들어가는 나의 행동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고민보다는 행동으로, 탁상공론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오늘도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가득 찬 눈망울로, 설사 실수할지라도, 바보같은 짓을 할지라도, 그럼에도 일단 해보는 정신을, 죽는 그날까지 가져가겠다고 마음먹는다. 왜냐하면 내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은, 내 심장이 뛰는 것은, 오늘도 일하고 사랑하고 존재할 에너지를 받은 것은, 이 인생 자체는 기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