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부상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수영 훈련팀에 속해 있다 보면 몇 달간 훈련을 쉬었다가 다시 훈련에 참가하는 회원들이 보인다. 바로—가장 흔하게는—회전근개 등의 어깨 부상으로 정형외과 신세를 졌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라톤 훈련팀에 속해 있다 보면 한두 달 활동을 쉬었다가 활동을 재개하는 회원들이 종종 보인다. 모두 무릎, 발목 등의 부상으로 한두 달 정형외과 신세를 졌다가 돌아오는 것이다. 아울러, 그리 큰 부상이 아니더라도 러닝을 하다 보면 훈련팀 채팅방에 발톱에 피멍이 들었다는 등의 자잘한 부상 관련 고민 상담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고인물 회원들은 거기서 더 달리다 보면 발톱에 물이 차서(!) 몇 개월이면 발톱이 빠지고 다시 자란다며(!) 계속 달리라는 무시무시한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런 조언들을 보면서, 만일 나도 아무리 훈련해도 어깨와 무릎이 온전했더라면 운동 중독적인 그런 조언에 고개를 주억거렸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에 무릎 부상을 당해 잠시 마라톤 훈련을 쉬면서 충격파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수영 훈련을 하다가 패들을 너무 세게 당긴 탓에 어깨 힘줄이 약간 따끔따끔해져 버린 슬픈 부상을 입은 처지로서, 정기 훈련에서 발을 살짝 빼고 있는 상태로 그런 조언을 보자니, 이들은 얼마나 운동에 미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조언자와 약간의 거리감을 느껴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론 어깨를 다쳐가면서까지 수영하는 나를 보는 주변인들은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진작에 나한테서 느꼈을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발톱에 물을 채워가면서까지 달리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리 훈련해도 부상을 입지 않는 몸으로 태어나지는 않은 나에게는, 훈련하면 부상을 입는 한계가 있는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나에게는, 잠시 멈춰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운동을 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여러가지 운동을 신청하여 일을 벌려 놓은 것일까, 하고 생각하면, 세상에는 도전해보고 싶은 운동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수영도 더 빨라지고 싶고, 마라톤도 살면서 언젠가는 해보고 싶고, 철인3종도 도전해보고 싶고. 그러나 내가 해보고 싶다고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아님을, 나의 한계라는 것이 존재함을, 여러 부상을 통해 깨닫는 중이다.

부상이란 주로 과사용에서 오는 듯하다. 평소에 계속 훈련을 한 끝에, 훈련과 휴식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힘줄과 근육이 지쳐 있을 때 마지막 선을 넘어버림으로써 삐끗하여 부상이 생기는 듯하다. 그러므로 부상을 입었을 때는 그간 내가 너무 자신을 휴식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분하지만—나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보는 것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신체적 손상을 입고 싶다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나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하늘을 뚫을 것 같던 자신감은 잠시 멈추게 되나, 이런 부상을 통해서 오히려 겸손을 알아가는 듯하다. 내게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됨으로써, 남에게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듯하다. 사람마다 한계는 다르기에, 내가 이렇게 한계에서 싸우고 있듯이, 그럼에도 잘 되지 않듯이, 일견 크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 보이는 남들도 어쩌면 한계에서 싸우고 있고, 그럼에도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너무 한계에서만 싸우다 보면 몸에 탈이 나니까, 한계에만 부딪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다고. 한계가 있는 몸에 휴식과 훈련의 밸런스를 꼭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어쩌면 그것이, 그렇게 자신을 위하고 1순위에 두고 혹사시키지 않는 것이, 평생 나와 함께할 자신을 진정으로 아껴주는 것이, 수영 기록 단축보다, 마라톤 완주보다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렇게 부상으로 인해, 아니 어쩌면 부상 덕분에, 직선이 아닌 돌아가는 길을 택함으로써, 때로는 생각의 틀이 확장되고, 기준이 유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부상이 주는 겸손으로 벼처럼 고개를 숙여보게 되니, 어쩌면 꼭 올해 목표한 모든 것을 해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올해는 혹사하거나 무리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아보면 어떨까, 하는 유한 생각도 해보게 되니, 과사용으로 인한 부상에는 필연적으로 겸손이 따라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