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함

수영하며 번역하며

by 백지민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위생은 손톱에서, 습관은 몸매에서 드러난다, 라는 식의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물론 무슨 사람을 볼 때 이렇게까지 나노 단위로 뜯어보나, 하는 불만이 문득 들기도 하지만—그것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는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인지도 모른다—왠지 맞는 소리인 것도 같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기도 했다. 손톱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이것은 어디까지나 도예가 등 손에 흙을 묻힐 수밖에는 없는 직군이 아닌,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에 해당되는 말임을 밝혀둔다—자신의 청결을 방치하지 않고 자주 손을 씻고 손톱 길이를 다듬었다는 뜻이렷다. 아울러 몸매가 다져졌다는 말은—이 역시 어디까지나 질병이나 호르몬 이상이나 임신이나 약물 복용 등으로 체중을 통제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한 사람들에 한함을 밝혀둔다—자신만의 운동 및 식이요법 루틴이 있고, 그것을 꾸준히 지켜나감으로써 그것이 몸매로까지 드러나게 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하나 손톱과 몸매 관리 등이 비단 남의 시선에만 좋으라고 하는 일은 결코 아니렷다. 일단, 몸을 청결하고 정갈하게 가꾸는 일은 자신의 정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잘 씻어서 나한테서 뽀송하고 좋은 냄새가 날 때, 가짓수가 많지는 않아도 나에게 어울리는 질 좋은 옷가지—이때 내가 입을 때마다 자신감 있고 행복감이 느껴지는 옷으로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를 입었을 때, 과하지 않은 스킨케어와, 필요하다면, 메이크업으로 피부를 가꾸었을 때. 그럴 때 느껴지는 자신감과 자신의 몸을 스스로 운용한다는 데서 오는 상쾌함과 쾌적함은 발걸음마저 경쾌하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감 있고 경쾌한 걸음걸이에서는 타인을 향한 여유와 미소가 나오고, 그렇게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렷다.

이때, "다져진 몸매"의 기준이 꼭 사회 대다수가 원하는 마른 몸매일 필요는 없다. 또는 대체 누가 무슨 근거로 정해놓은지도 모를, 키에서 몸무게를 빼면 나오는 숫자의 이상향이라든가, 이 키에는 이 몸무게여야만 옷매무새가 난다는 미용 몸무게 등에 자신을 고정시킬 필요도 없다. 먹는 즐거움과 사회생활의 즐거움—인생의 즐거움 중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가!—을 모조리 포기하고 얻은 마른 몸으로 결국 얻어낸 것이 과식한 날에 어김없이 밀려오는 죄책감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빈혈과 어지럼증이라면, 공정한 거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다져진 몸매"란, 자신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몸을 말하는 것이라고 감히 정의해 본다. 그런 몸은 어쩌면 사회적 통념에 맞게 마른 몸일 수도 있고, 어쩌면 마르기보다는 근육과 지방이 잘 조합된 몸일 수도 있다. 그런 몸은 사실 비단 몸매에만 집중해서 만든 몸이라기보다는, 수영하다가, 헬스하다가, 바쁘게 일상을 살고 루틴을 지키다가 나온, 내 생활의 총합이자 결과지일지도 모른다. 그런 몸은 수영을 더 오래 할 수 있는 몸일지도 모르고, 40kg의 무게를 실어 중량 스쿼트를 할 수 있는 몸일지도 모르고, 3층 계단쯤이야 숨이 전혀 차지 않으면서 뛰어올라갈 수 있는 몸인지도 모른다. 그런 몸은 어쩌면 과일과 채소와 단백질과 적절한 탄수화물을, 때로는 내가 스스로를 위해 손수 만든 요리로써 대접하면서, 연료로 넣어주고, 휴식과 운동의 균형을 잘 지켜서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몸은 나의 일상의 정직한 거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새는 사회 전체가 아름다움이라든지, 소위 말하는 "아우라"나 "분위기"라든지,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려 보이는 동안 등에 집착하고 있는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 아우라, 분위기 등은, 어떤 시술과 어떤 겉치장으로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보다는, 자신이 자신의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 자신을 놓이게 하고, 주변을 항상 정돈하며, 자신을 가꾸는 일로써, 생활 전반에 스민 정갈함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우러나와야만 그 원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그 경지에 도달해야지만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꼭 그 경지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그럼에도, 자신에게 흡족해하는 사람의 내면에서 발산되는 은은하고 따스하고 다정한 빛은 주위의 옆사람들도 감화시켜, 나도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일렁이게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