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제나 바람처럼 Mar 28. 2024

엄마를 떠나보내며

영화 「마지막 레슨」을 보고


 

영화는 엄마와 딸이 나누는 삶과 죽음, 이별에 대한 대화로 이어진다. 아흔두 살 생일을 맞은 엄마는 자신의 생을 마감할 때가 됐다고 선언한다. 가족들은 엄마의 ‘자발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특히 딸이 가장 가슴 아파 한다. 점점 노쇠해 가는 엄마는 거동도 어려워져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엄마를 보며 딸은 결국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지만 딸은 엄마의 ‘사라짐’이 두렵다.

 

한편 엄마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들은 엄마가 숨겨놓은 수면제를 갖고 가버린다. 엄마는 딸의 도움을 받아 다시 수면제를 사 모은다. 엄마가 삶을 정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딸은 한없이 우울해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엄마 병실에 있던 남자 간호사와 마주치는데 남자는 딸의 심정을 헤아리고 한밤중 운동장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고는 이어폰을 꽂아주고 음악을 들으며 트랙을 달리자고 제안한다. 딸은 남자의 말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빨라지는 음악을 들으며 더 빠르게 달린다. 있는 힘껏 달린 딸은 호흡을 고르며 활짝 웃는다. 몸이 마음을 일으킨 것이다.

 

우울할 때는 달리자!

 

엄마는 마지막으로 딸과 만찬을 나눈다. 때가 됐음을 아는 딸은 엄마에게 두렵다고 말한다. 엄마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며 마지막 포옹을 해준다. 자식들은 마침내 엄마의 떠남을 인정하고 삶의 마무리를 받아들이며 영화는 끝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

엄마가 남긴 마지막 레슨이었다.’

……

‘잘 가 엄마’

 

죽음은 사라지는 것. 죽음 앞에서는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두렵고 무섭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젊고 아름다웠던 엄마가 나신으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정원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느리게 돌아간다. 하늘로 날아올라 두 팔을 펼치고 허공에 멈춘 여자의 모습은 죽음에 대한 은유 같았다.

 

미세먼지 짙은 주말 산행 대신 영화를 보며 나도 딸이 되어 운동장을 달리고 난 기분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일어서는데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엄마였다. 


내겐 아직 떠나지 않은 엄마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