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상>
엄마는 자식에게 생의 근원이자 우주다. 나는 생사의 경계에서 우주의 끝을 봤다. 한 생이 끝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필멸해야 하는 운명이 슬프고 아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쉽지 않았다. 너무 멀리 달아나 버린 감각들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영화를 봐도 그저 그랬다.
그러다 한글 빈문서를 열었고 되는 때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한 문장씩 써내려 가면서 출렁이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됐다. 목적도 없이 사방으로 뻗치던 생각도 차츰 누그러졌다.
D+7
어제 때마침 몇 달 전 했던 작업에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더 늘어져 있지 말고 정신 차리라는 듯하다. 다시 신발 끈을 묶듯 흩어진 두뇌 조각을 그러모은다. 역시 내게도 회복탄력성이 있는가 보다.
오늘부터 다시 작업 시작이다. 번역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