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작별 인사』를 읽고
제목은 서정적이나 인간과 기계가 혼재해 살아가는 미래의 이야기다. 최첨단 리얼 휴머노이드가 중심이 되어 인간의 가치와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어디까지 인간인가 하는 문제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꽤 오래전부터 대두되었다. 수억 년간 잠들어 있던 우주의 먼지가 어쩌다 잠시 특별한 방식으로 결합해 의식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기억일까?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 뇌나 연산장치들이 만들어 내는 어지러운 환상일까?
주인공 철이는 결국 인공지능 속에 흡수되어 영생할 수 있는 길을 포기하고 육신과 함께 의식의 종말을 택한다.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다. 삶은 죽음이 있어 숭고하다. 유한성은 인간의 삶이 존엄한 이유다.
얼마 전 나는 내 우주를 잃었다. 머리로만 알던 죽음이 현실에서 일어났고 근원적인 상실을 경험했다. 두 눈으로 똑바로 보고 온 가슴으로 느꼈다. 인간의 생이 끝나는 순간을. 그리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작별 인사』는 무엇이 인간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실존적인 문제들을 다시 깊이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발췌한다.
“나는 더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 휴먼매터스 캠퍼스에서 살아가던 그 철이가 아니었다. 그곳을 떠나 많은 것을 보았고,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구조되더라도 육신이 없는 텅 빈 의식으로 살아가다가 오래지 않아 기계지능의 일부로 통합될 것이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
쇄골의 버튼을 누르면 구조는 되겠지만 내 개별적 자아는 지워지고, 내 의식과 경험, 프로그램도 인공지능에 흡수돼버릴 것이다. 그러면 나는 더이상 어떤 고통도 느끼지 않고 나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통합된 의식, 기계지능의 일부로 영생하게 될 것이다. 나는 버튼을 누르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