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부는 곳』을 읽고
흔히 여행의 이유를 물으면 ‘나’를 찾아 가는 길이라고 말하곤 했다.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낯선 길 위에서 서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왜 사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등 마음에 담고 떠난 질문은 온통 나를 둘러싼 것들이었다. 전혀 생소한 곳에서 낯선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나는 온갖 가식을 벗고 한 사람으로만 존재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다시 맑아진 눈으로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여행은 내게 도피라기 보다는 일상과 거리두기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삶에 대한 성찰과 사색, 여행의 방식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오랜 세월 미지로 여행을 다니며 자신만의 단 하나의 ‘그 무언가’를 찾고자 했다. 그러다 돌아와 현실에 정착해 자신 안에서 글을 쓰며 여행한다. 그렇게 내면의 길을 계속 걷는다. 이제 더는 떠돌아다니지 않는 방식으로 내 안에 오래 앉아, 내 안의 협곡을, 이름 없는 영토를 넓혀가는 중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제야 삶의 여행을 정의할 수 있겠다고 말한다. 더 이상 갈 수도, 떠날 곳도 없는, 이곳이야말로 내가 가야 할 장소라고.
선문답 같은 저자의 문장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