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
세 번 본 영화다. 제목이 그동안 본 영화 중 가장 길다. 보고 나서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다. 영화는 중년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사람과 가족의 인생을 그린 이야기다.
아버지가 없는 집안의 장남 장피에르는 세일즈맨으로 나름 성공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작가 지망생인 여동생 쥘리에트는 학생들에게 작문을 가르치는데 40세에 첫 임신을 했다가 실패한다. 남동생 마티유는 지나치게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 자신감을 잃은 채 직장 동료 여성을 짝사랑만 한다. 막내 여동생 마고는 사진작가로 진정한 예술을 추구하지만, 아직 무명 신인으로 오빠에게 경제적으로 의탁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들은 어머니가 혼자 사는 본가에 모여 함께 저녁을 먹다가 사소한 걸로 의견충돌을 일으킨다. 장피에르는 장남으로 그동안 엄마와 동생들을 돌보며 살아왔지만 얼마 전 예전의 연인을 잡지 표지에서 본 후 삶에 균열을 느낀다. 연극 배우였던 전 연인은 성공해서 이름난 배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백혈병에 걸렸다며 연락을 해와 두 사람은 오랜만에 재회한다. 장피에르는 접었던 연극에 대한 꿈과 엇갈린 사랑을 떠올린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고뇌하는 모습을 무언의 대사로 그린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동생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간간이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는 뱃속에서 아이를 잃고 확신 없는 사랑에 절망하는 쥘리에트에게 계속 글을 쓰라고 조언한다. 혼자 모텔에 투숙해 깊이 생각에 잠겨있던 장피에르는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한 후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여기서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땅이 푹 꺼지듯 허망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장면 속에 장피에르에게 깊이 몰입해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은 예고도 없이 삶을 등졌다.
그만두기는 쉽다. 버티는 게 어려울 뿐이다. 무의미한 것들을 붙잡고 발버둥 치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놓아버릴 거라면 삶이 너무 가볍다. 창밖으로 그를 밀었던 고뇌와 절망이 전해진다.
영화는 그의 죽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아들이자 오빠이자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가족들은 큰 슬픔과 상실을 겪으며 한 단계씩 성장한다. 쥘리에트는 오빠의 말대로 글을 써서 단편집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를 완성한다. 마티유는 직장 동료와 데이트에 성공하고, 마고는 사진작가의 길을 힘차게 찾아 나선다. 가족들은 그가 남긴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일구어 간다.
영화는 큰 서사나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으면서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소소한 일상, 가족 간에 나누는 대화, 익숙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
영화는 곁에 있는 존재들의 소중함에 다시 눈을 뜨게 한다. 각박한 세상에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