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Animal Farm)』
7장. 끔찍한 처형
혹독한 겨울이었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진눈깨비와 눈이 쏟아졌고, 이어 2월 중순이 되도록 강추위가 풀리지 않았다. 동물들은 최선을 다해 풍차를 다시 지었다. 외부 세계에서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고, 풍차가 제때 완공되지 못하면 시샘하는 인간들이 기뻐서 의기양양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악의에 찬 인간들은 풍차를 파괴한 범인이 스노볼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 척하며, 벽이 너무 얇아서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전에 45센티미터였던 두께를 90센티미터로 늘려 쌓기로 했는데, 그러려면 돌을 훨씬 더 많이 모아야 했다. 오랫동안 채석장은 눈더미에 쌓여 있어 아무 작업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건조하고 서리 내리는 날씨가 이어져 약간 진척이 있었지만, 너무 험난한 작업이라 동물들은 예전처럼 풍차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가 없었다. 동물들은 늘 추위에 떨었고 굶주리기 일쑤였다. 복서와 클로버만이 용기를 잃지 않았다. 스퀼러가 봉사의 기쁨과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 현란한 화술로 떠들었지만, 동물들은 복서의 강인함과 ‘나는 더 열심히 일할 거야!’라고 끝없이 외치는 소리에 더 크게 영감을 받았다.
1월이 되자 식량이 부족해졌다. 곡식 배급량이 급격히 줄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감자를 추가로 배급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데 감자를 들춰보니 제대로 두껍게 덮어놓지 않아 대부분 얼어있었다. 물렁거리고 색이 변해 먹을 수 있는 감자는 몇 알 되지 않았다. 동물들은 며칠씩 왕겨와 사탕무 말고는 먹을 게 없었다. 굶어 죽는 일이 코앞에 닥친듯했다.
이 사실을 절대로 바깥세상에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 했다.
풍차가 무너지자 의기양양해진 인간들은 동물농장을 둘러싸고 새로운 거짓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물들이 모두 기아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자기들끼리 끝없이 싸우며, 서로 잡아먹거나 새끼를 죽인다는 소문이 또다시 나돌았다. 나폴레옹은 식량 상황이 사실대로 알려지면 나쁜 결과가 따르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윔퍼 씨를 이용해 반대로 소문을 퍼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동물들은 매주 방문하는 윔퍼와 거의, 혹은 전혀 접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주로 양을 포함해 몇몇 선별된 동물이 자연스럽게 윔퍼 귀에 배급량이 늘었다는 말을 흘리도록 지시받았다. 또한 나폴레옹은 식량 창고에 있던 거의 빈 곡식 통을 모래로 가득 채운 다음, 남은 곡식과 사료로 덮어놓으라고 시켰다. 그런 다음 적당한 구실을 들어 윔퍼를 식량 창고로 데리고 가서 곡식 통을 슬쩍 보여줬다. 윔퍼는 깜빡 속아 넘어갔고, 동물농장은 전혀 식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외부 세계에 계속 알렸다.
그럼에도 1월 말이 다가오자, 어디서든 곡물을 더 구해야 한다는 게 명백해졌다. 이즈음 나폴레옹은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대부분 농가에서 지냈고, 사납게 생긴 개들이 문마다 지키고 있었다. 나폴레옹이 모습을 보일 때면 의례를 갖춰 개 6마리가 바싹 에워싸고, 누구든 가까이 가면 으르렁거리며 호위했다. 나폴레옹은 일요일 아침에도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다른 돼지 중 하나를 통해 명령을 전달했고 보통은 스퀼러였다.
어느 일요일 아침 스퀼러는 막 알을 낳으러 다시 들어온 암탉들에게 달걀을 내놓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나폴레옹은 윔퍼를 통해 일주일에 달걀 400개씩 팔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돈이면 여름이 되어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농장을 유지할 만큼 곡식과 사료를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암탉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이런 희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작 경고를 받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암탉들은 봄에 부화시킬 준비를 막 하는 중이라 지금 빼앗아 가는 건 살해 행위라고 반발했다. 존스가 추방된 후 처음으로 반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검은색 어린 미노르카종 3마리를 앞세운 암탉들은 나폴레옹의 계획을 저지하려고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이들의 방법은 서까래로 날아올라 거기에 알을 낳아, 알이 바닥으로 떨어져 깨지는 것이었다. 나폴레옹은 즉각 무자비하게 행동했다. 암탉들의 배급을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누구든 곡식 한 톨이라도 갖다 주면 사형에 처하겠다고 선포했다. 이 명령이 잘 지켜지도록 개들이 감시했다. 암탉들은 5일 동안 버틴 끝에 항복하고 둥지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암탉 9마리가 죽었다. 사체는 과수원에 묻혔고 외부에는 콕시디아증(닭 전염병-옮긴이 주)으로 죽었다고 알려졌다. 윔퍼는 이 일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고, 달걀은 계약대로 넘겨져 식료품점에서 마차가 일주일에 한 번 농장으로 와서 싣고 갔다.
이러는 동안 스노볼은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문으로만 이웃에 있는 폭스우드나 핀치필드 농장 중 한 곳에 숨어 있다고 전해졌다. 이 무렵 나폴레옹은 이웃 농장주들과 전보다 조금 더 나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마침 마당에는 10년 전 너도밤나무 숲을 제거하면서 쌓아둔 목재 더미가 있었다. 건조가 잘 되어 있어 윔퍼가 나폴레옹에게 팔라고 권유했고, 필킹턴 씨와 프레데릭 씨 모두 목재를 사고 싶어 했다. 나폴레옹은 둘 사이에서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프레데릭과 거의 계약하려는 듯 보일 때면 언제나 스노볼이 폭스우드 농장에 숨어 있다는 게 밝혀졌고, 한편 필킹턴 쪽으로 마음이 쏠린다 싶으면 스노볼이 핀치필드에 있다는 말이 들렸다.
갑자기 이른 봄에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스노볼이 밤마다 몰래 농장을 드나든 것이다! 동물들은 너무나 불안해 우리에서 거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매일 밤 스노볼이 어둠을 틈타 살금살금 들어와 온갖 못된 짓을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곡식을 훔치고, 우유 통을 뒤엎고, 달걀을 깨고, 모판을 짓밟고, 과일나무껍질을 갉아 놓았다. 따라서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으레 스노볼 탓으로 돌리게 되었다. 창문이 깨지거나 배수로가 막히면 누군가 틀림없이 스노볼이 밤이 와서 저지른 짓이라고 말했고, 곡물 창고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는 농장 전체가 스노볼이 열쇠를 우물에 던졌다고 확신했다. 희한하게도, 잃어버린 열쇠가 곡식 자루 밑에서 발견된 후에도 동물들은 계속 그렇게 믿었다. 암소들은 잠자는 동안 스노볼이 외양간에 몰래 들어와 우유를 짜갔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그해 겨울 말썽을 일삼던 쥐들 역시 스노볼과 한패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행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공표했다. 그러고는 개들을 데리고 조사에 착수했고 농가 건물을 유심히 살펴봤다. 나머지 동물들은 정중히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랐다. 나폴레옹은 몇 발짝 뗄 때마다 멈춰 서서 땅을 킁킁거리며 스노볼의 발자국을 찾았고, 냄새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헛간이나 외양간, 닭장, 채소밭 할 것 없이 사방에서 킁킁거리며 스노볼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러고는 주둥이를 땅에 대고 몇 번 깊이 들이마신 후 무서운 소리로 외쳤다. “스노볼! 놈이 여기를 왔다 갔어! 냄새가 확실히 난다고!” 그러자 '스노볼'이라는 말에 개들이 모두 소름 끼치게 으르렁대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동물들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마치 스노볼이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해 공기 중에 떠돌며 온갖 위험으로 자신들을 위협하는 것 같았다. 저녁이 되자 스퀼러는 동물들을 모아놓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중대한 소식을 전할 게 있다고 했다.
“동지들!” 스퀼러는 약간 불안한 듯 껑충껑충 뛰며 외쳤다. “아주 끔찍한 사실이 밝혀졌소. 스노볼이 핀치필드 농장의 프레데릭에게 매수당해 지금도 우리를 공격해 농장을 빼앗을 음모를 꾸미고 있단 말이오! 공격이 시작되면 스노볼이 길잡이가 될 거요. 하지만 더 나쁜 소식이 있소. 우리는 스노볼이 단지 허영심과 야망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틀렸소, 동지들.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압니까? 스노볼은 처음부터 존스와 한통속이었소! 항상 존스의 첩자였단 말이오. 스노볼이 남긴 문서가 이제 막 드러나 모든 사실이 밝혀졌어요. 내 생각에는 이로써 많은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동지들. 외양간 전투에서 스노볼이 다행히 성공은 못했지만, 어떻게 우리를 패배시키고 파괴하려고 시도했는지 우리가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동물들은 어리둥절했다. 이는 스노볼이 풍차를 파괴한 짓보다 훨씬 사악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얼마간 걸렸다. 동물들은 모두 스노볼이 외양간 전투 때 앞장서 돌진했던 모습, 매번 자신들을 불러 모아 용기를 북돋아 준 모습, 존스의 총알에 등을 다쳤을 때조차 한시도 멈추지 않던 모습을 기억하거나,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스노볼의 이런 모습과 존스 편이었다는 사실이 어떻게 합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심지어 질문을 거의 하지 않던 복서조차 혼란스러워했다. 복서는 몸통 아래로 앞발굽을 접고 앉아,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느라 무척 애썼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소.” 복서가 말문을 열었다. “스노볼은 외양간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어요. 내가 직접 봤다고요. 전투 직후에 우리가 스노볼에게 '동물 영웅 1급 훈장'을 수여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우리 실수였소, 동지. 우리가 찾아낸 비밀문서에 모두 적혀 있어 이제 알다시피, 실제로는 스노볼이 우리를 속여 파멸시키려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스노볼은 다쳤잖소.” 복서가 반박했다. “우리는 모두 스노볼이 피 흘리는 걸 봤다고요.”
“그건 계획의 일환이었소!” 스퀼러가 소리쳤다. “존스의 총알은 스노볼을 그저 스쳤을 뿐이오. 여러분이 읽을 수만 있다면 스노볼이 직접 쓴 이 문서를 보여주겠소. 그 음모는 스노볼이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치라는 신호를 주고 적에게 전장을 넘기는 것이었소. 그리고 거의 성공할 뻔했지요. 동지들, 나는 우리 영웅적인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가 아니었으면 놈이 분명히 성공했을 거라고 장담해요. 여러분은 기억이 안 납니까? 존스와 그 일당이 마당 안으로 들어왔을 때, 바로 그 순간 스노볼이 갑자기 돌아서 달아났고, 다들 따라가지 않았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공포에 휩싸여 모든 게 끝난 듯했을 때, 나폴레옹 동지가 ‘인간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면서 앞으로 돌진해 존스 다리에 이빨을 박았던 일이 기억나지 않습니까? 그것만은 분명히 기억하지요, 동지들?” 스퀼러가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며 소리쳤다.
이제 스퀼러가 그 당시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자 동물들은 정말로 기억하는 듯 느껴졌다. 어쨌든 전투에서 결정적 순간에 스노볼이 도망치려고 돌아섰던 건 기억했다. 하지만 복서는 아직도 약간 미심쩍었다.
”나는 스노볼이 처음부터 배신자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소.” 복서가 마침내 말했다. “그 후에 저지른 짓과는 다른 문제요. 외양간 전투에서는 훌륭한 동지였다고 믿어요. "
스퀼러가 아주 천천히, 그리고 확고하게 말했다. “우리 지도자 나폴레옹 동지는 명백하게, 아주 명백하게 스노볼이 처음부터, 그렇소, 반란을 생각하기 오래전부터 존스의 첩자라고 단정했소. "
”아, 그렇다면 다르지요!” 복서가 말했다. “나폴레옹 동지가 그렇게 말하면 틀림없이 옳을 거요. "
"참 훌륭한 정신이오, 동지!” 스퀼러는 이렇게 외쳤지만, 반짝거리는 작은 눈으로 복서를 아주 험악하게 쏘아보는 게 눈에 띄었다.
스퀼러는 돌아서 가려다가 멈추더니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내가 경고하는데 이 농장에서는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하오. 이 순간에도 스노볼의 첩자 일부가 우리 가운데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오! "
그로부터 나흘 후 늦은 오후 무렵 나폴레옹이 동물들에게 마당에 모두 모이라고 명령했다. 다들 모이자, 나폴레옹은 훈장 두 개(최근에 자신에게 수여한 '동물 영웅 1급 훈장'과 '동물 영웅 2급 훈장')를 모두 착용한 채 농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주위로 덩치 큰 개 9마리가 뛰어다니며 으르렁거리고 있어 동물들은 등골이 오싹해 덜덜 떨었다. 모두 곧이어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하듯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몸을 웅크렸다.
나폴레옹은 근엄하게 서서 동물들을 둘러보더니 카랑카랑한 소리로 신호를 보냈다. 그 즉시 개들이 앞으로 튀어 나가 돼지 4마리의 귀를 물어 끌고 왔고, 돼지들은 고통과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며 나폴레옹 발 앞으로 끌려왔다. 돼지 귀에서는 피가 줄줄 흘렀고, 피 맛을 본 개들은 잠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모두가 놀랍게도 그 가운데 3마리가 복서에게 달려들었다. 복서는 개들이 달려오는 걸 보고, 커다란 발굽을 뻗어 공중에서 한 마리를 잡아채 바닥에 짓눌렀다. 그 개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고, 나머지 2마리는 다리 사이로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복서는 개를 밟아 죽여야 할지 살려줘야 할지 나폴레옹을 쳐다봤다. 나폴레옹은 표정을 바꾸는 듯하더니 개를 놓아주라고 날카롭게 지시했다. 이 말을 들은 복서가 발굽을 들어 올리자, 개는 상처투성이로 울부짖으며 슬그머니 물러갔다.
곧이어 소란이 가라앉았다. 돼지 4마리는 와들와들 떨며 잔뜩 죄지은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은 돼지들에게 죄를 자백하라고 명령했다. 이들은 나폴레옹이 일요일 집회를 폐지했을 때 항의했던 바로 그 돼지 4마리였다. 더 다그치지 않아도 돼지들은 스노볼이 추방된 이후 비밀리에 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고, 풍차를 파괴하기로 함께 모의했으며, 동물농장을 프레데릭 씨에게 넘겨주기로 합의했다고 실토했다. 또한 스노볼이 지난 수년 동안 존스의 첩자였다는 사실을 자기들에게 은밀히 털어놓았다고 덧붙였다. 돼지들이 자백을 마치자, 개들이 즉각 돼지들 목을 물어뜯었고, 나폴레옹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다른 동물도 자백할 일이 있는지 물었다.
이제 달걀을 둘러싸고 반란을 시도했을 때 주동했던 암탉 3마리가 앞으로 나오더니 스노볼이 꿈에 나타나서 나폴레옹 명령에 복종하지 말라고 선동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 역시 학살당했다. 그다음 거위 한 마리가 앞으로 나와 작년 추수 때 밀 이삭 6개를 몰래 가지고 와서 밤에 먹었다고 자백했다. 이어서 양 한 마리가 식수용 물웅덩이에 오줌을 쌌다고 하면서 스노볼이 시킨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다른 양 2마리는 나폴레옹을 열렬히 추종하던 늙은 숫양을, 기침으로 힘들어할 때 모닥불 주위로 계속 쫓아다니며 괴롭혀 결국 죽게 했다고 자백했다. 이들도 모두 그 자리에서 처형당했다. 그렇게 자백과 처형이 계속되었고, 나폴레옹의 발 앞에 사체가 수북이 쌓여 허공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존스가 추방된 이후로 농장에서는 맡을 수 없던 냄새였다.
처형이 모두 끝나자, 돼지와 개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은 한꺼번에 슬금슬금 자리를 빠져나갔다. 동물들은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비참한 기분에 휩싸였다. 무엇이 더 큰 충격인지, 스노볼과 공모한 동물들의 배신인지 아니면 방금 목격한 잔인한 응징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똑같이 끔찍한 유혈 사태가 종종 벌어졌지만, 그 일이 이번에는 자신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어 훨씬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존스가 농장을 떠난 후 오늘까지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는 일은 없었다. 심지어 쥐 한 마리도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 동물들은 반쯤 완성된 풍차가 서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서 서로 온기를 나누려는 듯 다 함께 옹기종기 앉았다. 클로버, 뮤리엘, 벤저민, 암소, 양, 거위, 암탉까지 모두 있었다. 오로지 나폴레옹이 다들 모이라고 지시하기 직전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만 없었다.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복서만이 일어선 채로 있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안절부절못하며, 긴 검은 꼬리를 옆구리에 휙휙 치다가 이따금 약간 놀란 소리로 히잉 거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 농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리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분명히 잘못이 있어요. 내가 보기에 해결 방법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이제부터 나는 아침에 한 시간을 채워 일찍 일어나겠어요. "
그러더니 무거운 발걸음을 쿵쿵 딛으며 채석장으로 갔다. 거기 도착한 복서는 돌덩이를 모아 밤이 되기 전에 두 번이나 풍차까지 끌어다 놓았다.
동물들은 말없이 클로버 주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동물들이 앉아있는 언덕에서는 드넓은 시골 전경이 내려다보였다. 동물농장이 거의 다 시야에 들어와서, 큰길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목초지, 건초 밭, 잡목숲, 물웅덩이, 어린 밀이 빽빽한 푸른 경작지, 농가 건물의 붉은 지붕 위로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쾌청한 봄날 저녁이었다. 푸른 풀밭과 싹이 무성한 산울타리가 비스듬히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농장이 그토록 살기 좋은 곳으로 보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곳이 자신들이 소유한 농장이며 구석구석 자신들 재산임을 떠올리자, 동물들은 놀랍기만 했다. 클로버는 언덕을 내려다보며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만약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수년 전 동물들이 인간 종족을 타도하기 위해 직접 나섰을 때 목표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끔찍한 학살은 메이저 영감이 동물들에게 반란을 처음 선동하던 그날 밤 동물들이 기대한 모습이 아니었다. 클로버가 스스로 미래에 대해 꿈을 꾸었다면, 메이저 영감이 연설하던 날 밤 자신이 앞다리로 길 잃은 새끼 오리 떼를 보호했듯이, 굶주림과 채찍질에서 해방되고 모두가 평등하며,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동물사회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도 감히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고, 사나운 개들이 사방에서 으르렁거리며, 동지들이 충격적인 죄를 자백한 후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클로버 마음속에는 반란이나 불복종 같은 생각은 없었다. 비록 상황이 이렇더라도 존스 시절보다는 훨씬 낫고, 무엇보다도 인간들의 귀환을 막아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계속 충실하고 열심히 일하며,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고, 나폴레옹 리더십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자고 자신을 포함해 모든 동물이 희망을 품고 힘들게 일했던 건 아니었다. 이런 결과를 바라고 풍차를 짓고 존스의 총알에 맞서 싸운 것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들을 떠올렸지만, 클로버는 적절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마침내 클로버는 이 노래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한다고 느껴 '영국 동물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주위에 앉아있던 나머지 동물도 따라 불렀고, 동물들은 아주 아름다운 소리로, 하지만 느릿느릿 애처롭게, 이전에 불렀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 번이나 반복해 불렀다.
동물들이 세 번째로 노래를 마쳤을 때, 스퀼러가 개 2마리를 대동하고 다가왔는데, 뭔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는 낌새였다. 스퀼러는 나폴레옹 동지의 특별 명령에 따라 '영국 동물들'이 폐지되었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건 금지였다.
동물들은 깜짝 놀랐다.
"왜요?" 뮤리엘이 소리쳐 물었다.
"이젠 필요가 없소, 동지.” 스퀼러가 딱 잘라 말했다. "'영국 동물들'은 반란을 위한 노래였소. 하지만 반란은 이제 완수됐습니다. 오늘 오후 반역자들을 처형하는 게 마지막 조치였소. 우리는 농장 안팎으로 적들을 완전히 타도했습니다. ‘영국 동물들‘은 다가올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우리의 염원을 노래한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회가 완전히 갖춰졌어요. 당연히 이 노래를 더 이상 부를 이유가 없지요."
동물들이 겁에 질려 있긴 했지만, 일부는 아마 항의할 수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양들이 평소처럼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고 외치기 시작했고 몇 분 동안 계속 소리치자, 토론은 그대로 끝나버렸다.
그렇게 해서 '영국 동물들'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시를 잘 짓는 미니무스가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를 새로 지었다.
동물농장, 동물농장
내가 있는 한 누구도 해치지 못하리!
이 노래가 매주 일요일 아침 깃발이 게양된 후 울려 퍼졌다.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어쩐지 가사나 곡조가 '영국 동물들'에는 영 미치지 못하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