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십 구제를 지내러 납골당을 다시 찾은 날이었다. 오월 하순의 햇살은 엄마가 떠나던 날보다 한층 더 환했다. 주차장 아스팔트 위로 햇빛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오빠는 약속보다 늦게 도착했고, 우리 형제는 제실에서 약식으로 상을 차렸다. 언니가 준비해 온 몇 가지 음식을 상에 올려놓고 다 같이 절을 했다. 평일이나 썰렁한 제실에서 상 앞에 둘러앉은 우리는 엄마 사진을 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했다. 엄마의 인생과 우리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하며 한 생을 살다 간다는 의미를 반추했다.
간단히 제사를 마친 후 납골 실로 올라갔다. 아직 엄마의 납골함 번호를 외우지 못한 우리는 위치를 찾느라 헤맸다. 유골함들은 마치 책장에 빼곡하게 꽂힌 책처럼 사각의 유리장 안에 가지런히 안치돼 있었다. 유리문에 붙은 일련번호를 보며 가까스로 엄마 자리를 찾아갔다. 아직 사진을 넣어놓지 않아 유골함만 덩그러니 우리를 맞았다. 함에는 엄마의 천주교 세례명과 생몰 연월일이 새겨져 있었다.
유골함은 인간의 존재가 한 줌 재로 사라진다는 사실을 물리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이 엄마는 사라졌다. 기억 속에는 얼마 전 활짝 웃는 모습이 이토록 생생한데 ……. 우리는 굳게 닫힌 유리문만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없이 엄마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옆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떤 젊은 남자가 혼자서 울음을 삼켜가며 울고 있었다. 남자는 사다리로 올라가야만 손이 닿는 꼭대기 층 유리문을 손수건으로 계속 닦았다. 그러다가 조화를 붙여 놓았던 테이프 자국까지 칼로 긁으며 닦아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의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남자의 우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뭉클했다. 엄마를 마주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우리는 다 같이 울었다. 유골함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같은 빛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