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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독자가 늘지 않는 이유

글쓰기 자가진단

by 언제나 바람처럼


최근 작업 사이사이 브런치에 글을 몇 개 올렸다. 역시 글을 쓸때마다 독자가 한 분 한 분 늘어났다. 브런치를 시작하고서도 그동안 본격적으로 글을 쓰지 않았다. 좀 막연하다고나 할까, 어느 방향으로 어떤 글을 써나가야 할지 잘 몰랐다. 그저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쓰고 싶을 때만 쓰고 쓰기 싫을 때는 쓰지 않았다. 브런치뿐 아니라 그동안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그랬다. 즉흥적으로 쓰다 말다 반복했다.


브런치는 철저히 글쓰기를 위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지원했고 분에 넘치는 작가라는 호칭을 받았다. 하지만 그동안을 돌아 보니 흠, 너무 부실하다. 얼마나 게을렀는지 성적표를 받아보는 느낌이다. 2025년 새해를 맞아 반성하는 마음으로 자가진단해 본다.






우선 나는 다른 작가분의 글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면 내 글에 영향을 받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하려던 이야기를 먼저 하고 있구나 하는 실망감이 앞설 것 같았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먼저 더 참신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글에 관심갖지 않는데 내 글에 누가 관심을 두겠나. 결정적으로 내 착각이었던 거다. 여기 모인 분들은 대부분 글을 쓰고 싶어 하거나 쓰고 계시거나 이미 등단하신 분들이다. 내 글이 읽히려면 나 또한 그분들의 글에 관심갖고 읽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그걸 몰랐다.


한편으로는 글쓰기 고수님들 앞에 글을 내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블로그의 경우는 딱히 특정 독자를 의식하지 않은 채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원하는 주제를 아무거나 올렸다. 그런데 브런치는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독자이다 보니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내 글을 라이킷 해준 분들이 쓴 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많은 자극과 위로를 받았다. 서로의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다음은 꾸준함의 부족이다. 매일 일정량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 근육이 생길 텐데 머리로는 알면서 실천이 안 된다. 전문가분들 앞에 조잡한 일상의 신변잡기를 쓴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별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글은 충분한 사유를 통해 정제되어 나온 정수를 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다 보니 글을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동안 너무 거창하고 진지한 주제로만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담거나 일반적으로 적용될 만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면 될 것이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게 작가의 능력 아니겠나.

이제부터는 조금 가볍게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다. 물에 뜨려면 힘을 빼야 하듯 부담감을 내려놓고 글자 속으로 들어가야겠다. 그 속에서 이리저리 헤엄치다 작은 지푸라기라도 하나 건지면 다행이고.


올해는 글쓰기에 힘을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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