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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형 독서에서 글쓰기로

by 언제나 바람처럼

작업 사이 짬이 날 때면 밀린 숙제를 하듯 폭풍 독서를 한다. 이것 저것 보고 싶은 책들을 꺼내 서너 권씩 펴놓고 읽는다. 그러다가 책 속에서 다른 책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렇게 담아 놓은 책들이 너무 많아 얼마 전 일제히 비웠 건만 또 다시 수십 여 권 쌓여 있다. 얼마 전부터는 인터넷 서점을 한 곳만 이용한다. 기존 구매 내역이 있어 또 살 염려가 없다. 전에는 여러 서점을 이용하다 보니 같은 책을 또 산 경우도 허다하다.


몇 년 전 이사하면서 대대적으로 책 정리를 했다. 기존 집에서 십 년 이상 오래 살다 보니 한두 권씩 쌓인 책이 급기야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안방 벽 두 면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래 놓고도 미처 꽂힐 자리를 찾지 못한 책들이 가로로 쌓여 책상 위 아래로 곳곳에 뒹굴었다. 그래도 바쁜 일상에서 책이 눈 앞에 있고 제목만 훑어보는 것으로도 조금은 독서 갈증이 해소됐다.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떠올려도 책 내용이 어느 정도 감이 오고 기억이 살아난다.


하지만 집은 책을 읽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필요한 공간이다. 그렇게 책이 쌓이다 보니 물건을 놓을 자리도 없고 몸을 운신하기도 버거워 어느 순간 숨이 답답할 지경이 됐다. 다행인지 그 시기 쯤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고 십 수년 간 먼지를 뒤집어 쓴 책들을 위주로 과감하게 정리에 돌입했다. 그렇게 버리고 없앤 후 새 집에는 꼭 두고 다시 읽을 책들만 최소로 추려 들였다. 하지만 이사 온 지 몇 년이 되자 벽면에 책장이 하나 둘 세워졌고 조금씩 책이 늘기 시작했다.


이사하면서 책을 정리한 후로는 가급적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으로, 구매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려고 노력했다. 전자책은 무척 편리하다. 글씨 크기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 눈의 피로도 덜고 너무나 유용하다. 요즘 종이책들은 글씨가 왜 그렇게 작던지. 하지만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표지부터 목차, 내용까지 주루룩 훑어볼 수가 없다. 메모나 밑줄, 찾아보기 등 여러 기능이 있지만 연필 들고 종이책을 읽을 때만큼 편리하지는 않다. 읽다 만 책들을 그대로 접어두기 일쑤고 어디까지 봤는지 헷갈려 다시 새 책을 펼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으로 다시 마음이 쏠렸다.


종이책은 바로 읽지 않더라도 꽂아두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펼치게 된다. 책장에 읽으려고 사 둔 책들이 가득하면 읽지 않아도 마음이 뿌듯하다. 눈 앞에 책들이 없으면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다. 갈수록 기억력은 나빠지고 읽은 책을 또 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는 게 좋다. 손에 들고 펼치며 읽는 물적 대상일 때 책이 더욱 와 닿는 건 어쩔 수 없다.


오늘 오전에는 책을 네 권이나 펼쳐 놓고 읽었다. 역시 나는 여러 책을 같이 읽는 게 더 좋다.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몰입할 때는 한번에 한 권을 끝까지 읽지만 에세이나 논픽션 등 다른 책들은 번갈아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오히려 하나의 책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 쯤 다른 책으로 바꾸면 금세 주의가 환기되어 몰입이 잘 된다.


오늘 읽는 책 가운데 지난번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인상 깊게 읽은 작가의 전작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이유미 저)에 나오는 구절이다. 점심을 먹으며 읽다가 메모하고 싶어 다시 메모장을 열게 만든다.



글쓰기는 단어의 일이다.
작가는 오늘 아침에 글을 쓰는 사람!
매일 일정량 쓰기!
메모를 문장으로, 문장을 문단으로.
삶은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잘 아는 이야기만 편하게 쓰자!
나는 왜 쓸까요?





저자가 책상에 포스트잇으로 다닥다닥 붙여 놓은 메모들이라고 한다. 나도 내 책상 모니터 주변에 써 붙일 생각이다. 아침에 PC를 켜면 인터넷에 접속하기 전에 노트를 여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매일 쓰기를 그렇게 해보려고 해도 잘 안됐다. 이 메모들을 붙이고 실천해보려고 한다. 다행히 큼지막한 모니터 가장자리에 붙일 자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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