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
마지막 회를 잘 보지 못하는 타입입니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 같이 회차로 이루어져 있는 영상물의 마지막 회를 잘 보지 못한다. 안 본다는 소리가 아니라, 보더라도 금방은 못 보고 한참 뒤에나 겨우 보는 편이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but, 영화는 또 잘만 본다.
1회부터 마지막 회 직전까지 신나게 보다가도 어느새 보이는 그 마지막 회라는 글자가, 그 묘한 느낌이 싫다. 시즌제가 확정되었거나 하면 또 다른 일이지만, 마지막 회를 보는 순간 내 속에서 영원히 그 주인공들을 떠나보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들은 분명 행복하고 알콩달콩 살아갈 텐데 내가 처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일명 '현자 타임'의 순간이 온다.
참 이상하고도 알 수 없는 감정인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나 현실에는 없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순간 빠져버리고 아파하고 공감하고 슬퍼하며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며 마음속에서 돌아간다.
어렸을 적 좋아했던 만화책의 마지막 권을 보고서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그 여운이 오래가서 몇 달 동안 빠져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감정들 때문이었는지 지금도 그 만화를 생각하면 마음 한 편이 아리다.
마치 친구들과 오랜만에 약속을 잡아 당일에 신나게 놀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아! 이대로 집에 가면 다시 혼자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의 반복이겠구나.' 하는 그런 비슷한 감정을 아마 나는 내가 봐온 캐릭터들에게도 느끼는가 보다.(우습게도, 그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찾아보고 다시 보고 그때의 감정들을 곱씹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무언가 내 맘에 남는 것이 좋으니까. 그리고 이 문제는 아마 쉽게 낫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