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LP가 있었고 그 뒤로 테이프, cd, mp3, 그리고 21세기인 지금은 무한 스트리밍의 시대까지 왔다. 얼마 전, 나는 구형 노트북에 부착되어 있던 cd롬을 떼어 버렸다. 이 노트북은 대학 입학 시절에 산 것으로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노인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굴린 것이었으나, 간단한 인터넷 서핑과 동영상 시청에는 큰 문제가 없었기에 지금까지 잘 써온 것이었다.
이 노트북에는 요즘 노트북에는 부착되지 않는 cd롬이 딸려 있었다. 대학시절에 제2외국어 교양 수업을 듣다 보면 교재에 cd가 포함된 것들이 있었어서 꽤나 유용하게 쓰곤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가끔 cd 플레이어 겸용으로 쓰기도 했고. 그러다가 이 녀석이 반항이라도 하듯 자기 멋대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지경에 이르러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시원하게 정리해 버렸다.
그리고 정확히 3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인터넷에서 드라마 ost cd를 2개나 사게 된다.
cd를 사게 되는 경우는 아마 두 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는 해당 음원이 국내에 유통되지 않았을 경우.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cd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에 가깝다.
두 번째는 소장의 목적이다. 후자의 경우 굿즈의 하나로, 이미 mp3 파일과 스트리밍을 이용할 수 있음에도 해당 곡들이 너무 좋아서 실물 소장용으로 사게 되는 점이었다. 내 목적은 전자이기도 하고 후자이기도 했다. 없기도 했고 있으나, 소장도 하고 싶었다.
(가끔 음원사의 요청으로 잘 듣고 있던 음원이 끊기는 것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불안한 감에 cd를 찾기도 했다.)
내가 음악을 소비하는 태도는 무조건 다운로드 후 소장하는 것이었다. 물론 불법 다운로드가 아닌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스트리밍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mp3 파일을 모으는 것은 내가 아끼는 곡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마음이 들었던 반면에, 스트리밍은 그저 지나치는 느낌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은 다운로드 이용권이 없어지고 스트리밍권만 남아서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으로 갈아타긴 했으나, 여전히 개별 mp3 다운로드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곡의 아티스트에겐 스트리밍이 이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스트리밍으로 갈아탄 지금은 맘에 드는 곡이 있으면 한 100번 정도는 듣다가 mp3를 구매하고, 그렇게 하고도 노래가 좋으면 아예 cd 채로 소장해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뭔가 소유의 끝판왕이 된 느낌이다. 그렇게 산 cd는 비닐조차 뜯지 않는다. 말 그대로의 소장이다.
물론 제목에도 썼듯이 나에겐 당장 이 cd를 재생할 수단은 없다. 전과 같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고 mp3를 다운로드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선택한 음원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이 매력적인 점 때문에 나는 아마 cd 모으기를 멈추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