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의 가치에 관하여.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원제: 第36個故事

by Erebus


계속해서 증가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본격 집콕을 한 지도 시간이 퍽 오래 지났다. 지금은 시기상으로 적절하지 않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코로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말엔 으레 카페 투어를 다니기도 했.었.다.(세상 슬픈 과거형, 카페에서 마지막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것이 벌써 1년이 넘은 듯하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이번 주말엔 커피나 카페 관련한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저녁을 먹고, 밤의 커피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커피를 내렸다. 순하게 커피 관련 영화니까 커피 마시면서 봐야지! 하는 안일함과 함께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보았다.


주인공은 두얼(계륜미)과 창얼(임진희)로 둘은 자매 사이이다. 두얼은 원래 미술을 전공한 디자이너였지만 자신의 꿈이었던 카페 창업을 하게 되어 퇴사를 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카페를 꾸린다. 동생인 창얼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세계 여행을 다녀본 인물로 현재는 빈둥빈둥 중인 White Hand 신세였다.


카페는 창업하였으나 좀처럼 손님은 오지 않았고, 마침 개업 선물로 쓸데없는 선물들을 한가득 받은 차에, 둘은 물건의 처리를 고심하다가, 동생인 창얼이 우리 카페는 '물물교환'을 하는 카페라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물물교환 하는 카페'가 있다는 사실은 곧 널리 퍼지게 되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되었고, 그 손님들 중 한 사람인 어떤 남자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한 서른 다섯 곳의 나라의 비누를 가져오는데 두얼은 비누에 얽힌 이야기들과 자신의 재주 중 하나인 그림을 맞바꾸게 된다.(이야기-그림의 물물교환. 남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두얼이 나중에 그림을 그린다.)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두얼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두얼과 창얼은, 어릴 적에 공부와 세계여행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엄마의 말에 두얼은 공부를 택했고 창얼은 세계여행을 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가 있었. 창얼은 어린 시절 낯선 외국에서 지내는 외로움에 엄마를 원망했고, 두얼은 공부만 하느라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창얼을 부러워했다. 그 때문인지 두얼에게 물물교환이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여행)를 듣는 것이 되었다.


처음에 영화 제목만을 봤을 땐, 카페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카모메 식당> 같은 류의 잔잔한 내용들. 확실히 잔잔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커피와 카페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그 소재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든 물물교환의 가치는 "심리적 가치"가 그 기준이라는 것. 무슨 말인고 하니, 어떤 사람에겐 스타 선수의 사인볼이 가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 사인볼은 그저 한낱 공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덜트용 장난감이 미술관의 예술 작품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 기준은 개인의 심리에 따른 것이기에, 그것이 반드시 1:1의 대응 가치를 가지지는 않는다.


영화가 말하는 것은 바로 이 가치에 관한 것이었다.람들마다 저마다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물물교환을 할 때에는 각자 이 물건이 그 정도의 가치에 부합한다는 생각으로 교환을 한다. 그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1:1의 등가 교환의 가치가 아닌, 서로의 가치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꼭 명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생각해보면 인생도 그렇다. 인생에도 정해진 길이 없으며 어떠한 삶에 명확한 옳고 그름은 없다. 래서 물물교환처럼 모든 것이 1:1 등가 가치의 법칙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범한 회사의 자이너였다가 카페 사장이 된 두얼처럼. 그래서 그런지 자유로운 삶을 사는 주인공이 부럽기도 했다.


사실 조금은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어, 우연찮게 본 영화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과연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p.s. 실제로 이런 카페가 주변에 있다면, 단골 카페로 삼았을 법하다. 아, 그리고 역시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본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common-12.jpg 편안한 분위기의 두얼 카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른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