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고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야.

어린 아이라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야.

by Erebus


내가 아직 어렸을 때에, 부모님은 나에게 있어서 만물박사이자 척척박사였다. 무엇이든 알고 있고 엄청나게 힘이 센 사람. 그래서 두려운 것이 없었다.

조금 나이를 들고 난 뒤에 본 부모님은 달랐다. 10년 전보다도 늙으셨고, 더 이상 만물박사도 척척박사도 아니셨다. 이제는 나에게 질문을 하는 날이 더 많았고 내가 하나하나 다 가르쳐 드려야 했다. 더 이상 어릴 적에 내가 알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었다.


영화 <친애하는 우리 아이>를 보며 제일 처음 느낀 감정은 저런 것이었다.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각자의 나이 때에 맞는 고민들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가족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다나카와 그의 와이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정이지만, 사실은 재혼 가정에, 각각 아이들이 딸린 부부이다. 다나카의 딸 사오리는 엄마와 살고 있지만, 그의 와이프인 나나에의 딸들은 다나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다나카는 주기적으로 사오리와 만남을 가진다.


한편 나나에의 딸 카오루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10대 소녀이다. 그녀는 다나카가 아주 싫다. 그래서 그가 하는 모든 것은 틀렸고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속으로는 그가 친아빠보다 좋은 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렸을 때 겪은 친부의 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언제라도 자신과 동생인 에리코는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다나카는 다나카대로 새로운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는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고 아이들의 마음을 최대한 헤아려주려 노력하는 아버지다. 그 예로, 회사에서 원하는 휴일 출근은 한사코 마다하면서도 유급 휴가는 꼬박꼬박 챙겼고, 회식은 1차 이상 가는 법이 없었다. 모든 것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연히 회사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거리일 수밖에 없었고 넌지시 압박하는 퇴직 권유를 뿌리치고 사무직에서 물류 관리직으로 좌천당하고 만다.


그가 퇴직을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이유들 또한 아이들 때문이다. 나나에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고 책임져야 할 식솔은 늘어났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 자신은 아이들과 잘 지내고픈 마음뿐인데 편해야 할 집에는 자신과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는 카오루가 있다. 그저 사춘기 10대 아이의 투정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마음도 한계에 이르렀다.


사실 재혼 가정의 형편에 대해서 잘 아는 바는 아니지만, 영화는 매우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 상황들을 묘사했다. 그래서 보다 보면 다나카의 축 처진 뒷모습을 보고 같이 한숨을 푹 쉬고, 그가 짊어지고 있을 현실이라는 무게 공감했다.


또 다나카에 대한 반항심에 자신도 사오리처럼 친아빠를 만나고 싶다는 카오루와 새아빠에게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오리의 말에서도 나이가 어린아이들이라 할 지라도 문제라는 것은 각각의 개인에게도 존재한다는 것이라는 다시 한번 느꼈다.


다나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도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떠니 하는 정도의 조언이지. 그의 말이 정답이라거나 어른이니까 내 말이 옳아!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다나카도 영화 내내 방황하고 헤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영화가 흐르는 시간 내내 느낀 것은 결국 가족의 문제라는 것은 가족에서부터 나오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 또한 가족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깨달은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본 영화였는데, 그 결이 너무나도 달라 조금 당황했지만 보고 나서 많은 것을 느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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