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 ) 좀 관두고 올게.

때로는 포기도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by Erebus

제목부터 정직 그 자체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한 때 대한민국에 하나의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퇴사' 열풍! 퇴사 후 전 세계 배낭여행을 떠났다는 분이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자아를 들여다보았다는 분, 그 외에도 각자 많고 많은 이유로 퇴사 후 새로운 삶을 사시는 분들이 브런치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것이다.(당장 브런치만 하더라도 관련 내용에 대한 글들이 많다.)


이 영화의 내용은 제목과 다를 바가 없다. 주인공 다카시는 각종 업무에 시달리는 흔하디 흔한 영업직 회사원이다. 월급은 짜고, 상사는 갈구고, 하다못해 일이라도 잘하고 싶건만 어쩐지 그가 하는 일은 매번 꼬이고만 만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며 비록 적성에는 맞지 않지만 꾸역꾸역 살기 위해 일을 하는 다카시. 어느 날 그는 직장인 필수코스인 야근을 하게 되고 지하철 선로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가 그만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선로에서 쓰러질 뻔한다. 위기의 순간 그를 도와준 한 남성 그는 다카시의 초등학교 동창 야마모토였다. 그런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두 사람은 친해지게 되고, 야마모토는 다카시에게 퇴사를 뿜뿜하게 되는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동감할 내용과 퇴사 그리고 직관적인 포스터로 한국에서도 흥행하진 않았지만 꽤나 인기를 끈 작품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표 하나쯤은 있잖아요.


퇴사. 아니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관둔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꿈을 속에 꾹꾹 담아두는 사람이 많을 뿐. 그리고 그 사실에는 매우 현실적인 조건들이 포함된다. 돈, 결혼, 집, 가족과 같은 피할 수 없는 문제들. 지금 갖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내 뒤에 있을 것들이 무너진다. 그 두려움과 걱정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쉽게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 다카시의 경우, 일단 아직 나이가 젊고, 미혼이며, 현재의 일에 약간의 싫증이 나 있다. 이 말이 무엇인고 하니 퇴사를 할 여건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뒤를 돌아볼 것이 없다. 집은 부모님 집이 있다. 영화를 보는 매력 중 하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있다. 나는 못하지만 영화 속 캐릭터는 할 수 있다. 내 현실은 이렇지만 영화 속 현실은 이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영화를 보곤 한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회사를 관둔다는 제목답게 다카시는 퇴사한다.


다만 이 영화가 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퇴사 그 자체다. 물론 개인마다 서로 고민하는 부분이 다르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우선순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퇴사를 해도 크게 아쉽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이 목표를 다 이루고 난 뒤의 허무함? 나는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현실감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대리 퇴사 체험을 하게 해 주었다는 타르시스일 것이다. 른 리뷰만 봐도 그것 때문에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다.(짜릿해! 새로워 퇴사가 최고야?)


하지만 이 영화는 퇴사를 종용하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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